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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계속되는 정신질환 사건에 의학계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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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중증정신질환에도 '국가책임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상 초기 단계부터 경찰과 의료진 등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해 사고 발생의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다. 지난 5일 남양주에서 조현병을 앓던 20대 남성의 존속살해 사건을 계기로 나온 주장이다.

14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백종우 법제이사(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주재로 긴급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중증정신질환 관련 사고가 반복되는 제도적 문제점과 대안을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2019년 진주 방화 살인사건 등을 거치면서도 적절한 제도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설명회에서는 지난 2016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중증정신질환 관련 사고를 막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백 교수는 "법 개정 이후 비자의입원은 줄어들고 자의입원은 늘어났다"며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긴급한 사람이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요건과 절차가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법률 개정 이후 비자의입원의 비율은 2014년 70.2%에서 2018년 31.5%로 떨어졌다.

외래치료명령제·정신건강응급개입팀 등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치료가 필요한 중증정신질환자들에게 관계 당국이 입원 및 치료 절차를 밟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 2018년 영양 경찰관 사망 사건과 지난 5일 남양주의 존속살해 사건은 LA였다면 병력상 외래치료명령대상"이라며 "사고가 발생한다면 정신건강응급개입팀이 경찰과 함께 출동해 지정병원 응급실로 이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세원 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임세원 법은100병상 이상의 정신병동을 대상으로 해 소규모 정신병동과 1차 의료기관이 사각지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판사·의사 등이 함께 입원치료 등을 결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뉴욕의 정신건강법정과 호주의 정신건강심판원이 대표적 사례다. 뉴욕의 정신건강법정은 판사가 다학제팀과 함께 비자의입원이나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심사한다. 호주의 정신건강심판원은 법조인과 정신과의사, 기타 공익위원까지 3명으로 구성된 준사법기관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를 통한 도움이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다. 중증정신질환 입원자의 75%는 경찰·소방이 아닌 가족이나 사설구급대를 통해 입원하고 있다. 경찰·소방을 지원하는 정신응급체계도 지자체의 책임하에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게 아니라 단계마다 보호의무자와 병원 등을 설득해야 하는 식이다.

백 교수는 중증정신질환도 부모 부양·치매·발달장애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1998년에는 국민 90%가 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했지만 2016년에는 절반 이상이 사회의 책임이라고 응답했다"며 "2017년에는 치매국가책임제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등장했고 이듬해에는 발달장애 종합대책이 나왔는데 중증정신질환에 관해서만 인식이 늦다"고 지적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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