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충북 오창 물류창고에서 '모더나 백신 수송 모의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오창 물류창고에 도착한 모의 모더나 백신. 국방일보=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13일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모더나가 그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해외생산을 물색해왔는데 그 파트너로 한국의 바이오기업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지목했다. 두 회사는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
한국 진출 순항 중인 모더나
모더나의 한국 진출 움직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국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총괄매니저(GM·General Manager) 채용 공고를 냈다. 품목 허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자문단 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13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21일 최종 점검위원회를 통과하면 허가가 완료된다. 이 회의는 형식적 과정이라 국내 허가가 거의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더나는 3월 GC녹십자를 국내 유통 회사로 선정했고, 인허가 대행까지 맡긴 바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4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화이자때와 다른 삼바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할 수 있는 데는 GC녹십자·한미약품·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다. 녹십자와 한미약품 쪽은 13일 위탁생산 협상을 부인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유통만 맡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협상과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역시 부인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모더나가 GC녹십자·한미약품에 타진했으나 없던 일로 결론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일 모더나 위탁생산 소식이 확산하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2일 한 언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 백신을 위탁생산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공시했다. 모더나와 관련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안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시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협상 중이어서 공개하지 못할 뿐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文 통화때 나온 위탁생산 구상
모더나 위탁 생산에는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말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했다. 반셀은 “(모더나는) 백신 개발에도 불구, 생산역량이 부족했다”며 “위탁생산 시 대규모 생산능력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한국 위탁생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범정부 백신도입TF 백영하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지난달 14일 “국내에서 8월 해외 승인 백신을 대량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21일) 한·미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 중 하나가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이라며 “미국의 원천 기술과 원부자재, 한국의 생산 능력을 결합하면 한국이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는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 측에 2억 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을 밝혔다. 좀 더 크게 그림을 그렸다가 나중에 위탁생산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자체 공장을 지으려면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 절차 등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며 “(모더나 입장에서는) 위탁생산 방식이 훨씬 빠르다고 판단하고 파트너를 찾아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너나-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바백스-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이전 계약까지 맺을지, 위탁생산 물량을 국내에 쓸지는 확실하지 않다. 모더나의 올해 목표 생산량은 7억회분, 이 중 4000만회분이 한국에 들어온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이달 중에 모더나 백신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 수송 모의훈련 장면.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삼바에 대한 두 시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장 생산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사는 인천 송도에 제1공장(3만L)·2공장(15만4000L)·3공장(18만L)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공장에서 상업생산이 진행 중이다. 건설 중인 제4공장(25만6000L)은 내년 말에야 부분 가동이 가능하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바의 생산시설은 니어 풀 케파(near full capacity·거의 빈 곳이 없는 상태)”라며 “갑자기 코로나19 백신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백신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오는 8월 생산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삼바가 지난 2월쯤부터 일부 생산라인 교체를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바가 이때부터 제3공장 내 일부 생산라인을 교체했다”며 “이게 단순한 시설 정비인지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체 작업을 진행한 건 맞다”고 전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바가 8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도 있다. 삼바는 통상 6~24개월 걸리는 항체치료제 생산설비 구축을 불과 3개월 만에 완성한 경험이 있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그간 릴리·GSK 등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삼바 측은 제3공장 설비 교체설에 대해 “고객사와 계약 관련한 사항은 모두 비밀유지 조항”이라며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객사 요청이 없으면 어느 것도 확인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김민욱·문희철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