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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91% 찬성’ 삼성디스플레이 파업 위기…무노조 폐기 선언 이후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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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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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1년 만에 전자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의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올해 초 전자 계열사 중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이끌어 내냈지만, 최근 진행된 임금협상에서 노사 의견이 대립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13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4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또 같은 날부터 7일까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2413명 가운데 71.8%에 달하는 1733명이 쟁의행위에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에 참여한 1896명을 기준으로 하면 쟁의행위 찬성률은 91%에 달한다.

중노위는 14일 오전 노사 양측을 불러 2차 조정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앞서 열렸던 1차 조정에서 중노위는 노사 양측에 2차 조정 기일까지 1~2회의 실무협상을 벌일 것을 권고했고, 노사 양측은 지난 11일과 전날 양일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전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라며 “노조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14일 조정 회의에서 진전된 노사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중노위는 ‘조정 중지’를 선언할 수 있다. 빠르면 오전 중, 늦어도 오후쯤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만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쟁의권)을 갖게 된다. 반면 극적으로 협의가 이뤄질 경우 조정 기일은 10일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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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사의 무노조 경영을 폐기 선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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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지난해 회사 실적 등을 근거로 기본인상률 6.8% 인상과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은 올해 초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본 인상률 4.5% 이외에는 노조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조정 중지’ 이후 실제 파업에 돌입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은 여러 쟁의행위 중 하나일 뿐, 반드시 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고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중노위 결과와는 별개로 오는 18일 삼성디스플레이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게 되면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전자 계열사로서는 첫 사례가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주도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파업은 향후 회사의 사업 전략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그간 임금 협상은 보통 사측과 임직원 대표로 이뤄진 노사협의회에서 논의돼 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한 이후 20여년간 이런 구조가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삼성디스플레이에 노조가 생기면서 구도가 다소 변했다. 소수 직원이 모여 출발했지만 현재는 전직원의 10%가 조합원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을 상급 단체로 두고 있다.

노조 결성의 배경으로는 계열사, 사업부간 차이를 두는 삼성식 성과·보상 체계가 꼽힌다. 성과급은 노사 협의 사항이 아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적자가 강제되는 상황을 받아 들이기 어렵다는 불만이 여러 차례 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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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계열 노조들이 모여 결성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삼성전자 서초 본사 앞에서 '2021 삼성연대 임단투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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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삼성디스플레이 한 직원은 “회사에서 PS(초과이익성과급)로 연봉의 50%를 받으려면 6조원을 벌어오라는데, (영업이익) 6조원은 국내에서 삼성전자 다음 2위 회사”라며 “6조원이라는 돈은 현재 모든 디스플레이 업체의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나올까 말까하고, 이 회사 매출이 30조원인데 6조원을 벌려면 이익률이 20%는 나와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이어 “(삼성전자) VD는 중국이 패널가 올린다고 우리 회사(삼성디스플레이)에 적자를 보더라도 싸게 달라고 한다”라며 “경영진은 적자를 보면서 VD 때문에 1년을 더 연장해 생산한다는데, 20% 이익이 나올 수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삼성전자) 무선(IM사업부)은 폴더블, 플렉서블을 딴 데서 사 올 곳도 없는데, 적자 보면서 팔아 달라고 한다”라며 “여기(삼성디스플레이)가 이익을 보는 곳은 애플 아이폰밖에 없어 (삼성)전자에서 까먹은 것을 애플로 메우고 있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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