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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미국 기업인 42% “보안법 때문에 홍콩 떠날 것”…이민행렬 이어 기업이탈도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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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 미 상공회의소는 회원 3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2%가 홍콩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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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있는 미국 기업인 상당 수가 지난해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때문에 홍콩을 떠날 생각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인들의 이민 행렬이 시작된 데 이어 외국기업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암참)가 회원 3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2%가 홍콩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거나 이주를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또 홍콩을 떠날 계획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의 3%는 즉시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올 여름이 끝나기 전 떠날 것이란 응답도 10%였다. 15%는 올해 안에 떠날 것이라고 밝혔고, 24%가 일과 가족을 이전하는 즉시 떠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48%는 향후 3∼5년 내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이 이주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홍콩보안법이었다. 62.3%가 홍콩을 떠나려는 이유중 하나로 보안법 시행 이후 불편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한 응답자는 “이전에는 홍콩에 있을 때 내가 한 말이나 쓴 글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지만 보안법 이후 달라졌다”며 “레드라인이 모호하고 제멋대로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체포될 수 있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을 계속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암참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서 “홍콩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외국 거주자들의 선호도가 높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홍콩을 떠나거나 떠날 계획을 세우는 외국인이 많아졌다”며 “홍콩이 국제적인 인재들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고 주요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타라 조셉 홍콩 암참 회장은 “이번 조사는 홍콩보안법 시행과 최근의 선거제도 개혁,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조치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회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많은 기업이 미래에 번창할 수 있는 강력한 기회를 가질 것이라 믿지만 당장은 최고의 재능과 기술을 가진 두뇌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우려됐던 ‘홍콩 엑소더스’가 현실화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미 영국의 이민 확대 정책에 따라 홍콩인들의 이탈 현상은 시작된 상황이다. 영국이 홍콩보안법 시행을 비판하며 지난 1월31일부터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진 홍콩인을 대상으로 특별비자발급 절차를 시작한 이후 두 달여만에 약 3만5000명이 영국 이민을 위해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이 제도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30만명 안팎의 홍콩인이 영국으로 이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홍콩인들의 영국 이민 행렬로 올해에만 홍콩에서 2802억홍콩달러(약 39조7500억원)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향후 5년 동안에 5880억홍콩달러(약 83조4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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