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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맛있는 돼지 이야기] 오스카가 반한 '미나리'…돼지고기에 찰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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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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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 씨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서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 4관왕을 받은 것에 이어 올해는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에서 연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윤씨의 이번 오스카 연기상 수상은 한국어 연기도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사실은 물론, 미나리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영화 제목인 '미나리'가 한국인이 즐겨 먹고, 한국인을 상징하는 자생식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 속에서 윤씨는 한국에서 미나리 씨앗을 들고 딸 모니카(한예리)를 위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를 연기했다. 그녀는 미나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나리는 참 좋은 거란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부유하든 가난하든 다 먹을 수 있어. 맛있고 국에도 넣어 먹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미나리는 사계절 어느 때나 먹을 수 있지만 봄에 먹는 것이 제일이다. 미나리는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미나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섭취 시 장내 중금속과 노폐물을 해독해주는 데 탁월한데, 미나리의 단단하고 질긴 줄기는 몸속 독소에 쉽게 흡착해 배출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미나리와 가장 궁합이 좋은 음식이 바로 돼지고기다. 미나리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고지방 식단으로 인해 산성으로 변한 체질을 중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봄이면 삼겹살을 찾는 이가 많은데, 이는 1970년대 강원도 탄광촌 광부들 사이에서 칼칼해진 목을 씻어내는 데 돼지비계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게 오늘날까지 속설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돼지고기에 다량 함유된 아연, 셀레늄, 아미노산 등은 간과 신장에서 '메탈로티오네인'이라는 금속결합 단백질을 만드는데, 돼지고기를 먹으면 몸속에서 중금속에 흡착해 이를 체외로 배출시킨다.

게다가 돼지고기에는 단백질 외에도 비타민B군, 칼륨, 철분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데 그중에서도 비타민B군 함유량이 제일 높다. 비타민 B1·B2·B3·B5·B6·B12 등 돼지고기 삼겹살에 포함된 비타민B군은 면역비타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면역 항체 형성과 체내 에너지 생성에도 관여해 면역체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돼지고기 성분 중 '트립토판'은 스트레스·우울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체내 독소를 흡착해 외부로 배출하는 미나리와 환절기 미세먼지로 낮아진 면역 체계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돼지고기의 궁합은 가히 환상적이다. 특히 향이 강한 미나리는 고기의 느끼함과 잡내를 제거해 돼지고기 삼겹살을 더 고소하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골프선수가 지인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며 엄청난 양의 미나리 먹방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했고, 동네 마트에서는 미나리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나리의 높은 인기는 비단 국내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 3월 22일, 미국의 저명한 요리전문 채널 '푸드네트워크'의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이례적으로 미나리로 만드는 나물 요리 레시피를 소개했다. 수상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나리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로 걸린 'minari' 게시물이 무려 16만3000건에 달하는가 하면(5월 4일 기준), 한국 집밥 소개 대표 블로그로 알려진 '코리안밥상(Korean Bapsang)' 운영자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미나리전 사진을 올리며 영화 '미나리' 감상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번 아카데미 수상을 통해 전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단어 미나리. 덕분에 대표적 K푸드인 비빔밥과 갈비, 짜파구리처럼 이제 미나리를 곁들인 삼겹살을 찾는 외국인이 점점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유보희 선진미트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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