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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줌인]소비자보호 칼 빼든 조성욱…"계약서 주고 받으란 게 과잉규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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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줄곧 플랫폼 규제 관심…온플법·전상법 마련

"혁신 저해 않고 소비자 보호 위한 최소한 규제" 강조

쿠팡 논란에 동일인규제 강화 역행…"낡은 시각" 비판

이데일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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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디지털경제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규제를 IT플랫폼에 적용할 생각입니다.”

경쟁당국 수장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T플랫폼 규제 당위성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2019년 9월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조 위원장은 그동안 IT플랫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냈다. 국내외 주요 IT플랫폼 기업들인 네이버, 구글 등도 공정위의 제재 칼날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계에선 공정위의 주요 타깃이 조 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에서 IT플랫폼 기업으로 바뀐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위 내부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 총수일가가 보유지분에 비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데 주된 배경이었던 순환출자고리가 상당부분 해소됐고, ‘갑질’에 분노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대기업의 불공정 행태도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인터넷기업 정도로 평가받던 네이버, 카카오를 필두로 한 IT플랫폼 기업들은 과거 대기업의 문어발 형태와 유사한 수준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게 공정위 내부의 시각이다.

취임사서 ‘균형잡힌 시각서 신중한 접근’ 언급

조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IT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혁신을 저해하지 않되,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 등의 부당한 독과점남용행위를 제재해 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혁신적 경제활동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잡힌 시각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욱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가 IT플랫폼에 대한 규제·제재를 본격화하자 IT업계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플랫폼 기업 특성상 자유롭게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공정위 규제가 이를 가로막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IT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공개되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IT업계에선 공정위가 과거 재벌을 때려잡던 낡은 칼을 IT업계에 무분별하게 도입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재벌의 행태를 규제하던 공정위가 으레 ‘거대 IT플랫폼들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를 갖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T플랫폼에 대기업규제 적용…“예외 없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조 위원장은 ‘소비자보호’가 가장 먼저라는 입장이다. 그는 “추진 중인 온플법 내용은 ‘계약서 주고받아라, 중요한 필수기재 사항 계약서에 담아라, 계약 종료 사전에 알려주라’는 지극히 당연하게 이뤄져야 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이유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일부 조항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개보위 의견을 존중하지만 소비자정책 주무부처로서 소비자 보호가 미흡해지는 부분에 있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IT플랫폼에 대한 대기업규제 면제 주장에 대해서도 “대기업집단 규제의 정책 목표는 경제력 집중과 지배구조 이슈다. IT기업도 전통적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며 “신산업이란 이유로 대기업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건 어렵다”고 일축했다.

쿠팡의 동일인(총수) 지정 논란을 계기로 다소 완화된 동일인 규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업계 기대도 빗나갔다.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쿠팡을 신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김 의장이 아닌 쿠팡의 한국법인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김범석 의장이 차등의결권을 통해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 의결권 76.7%를 확보하고 있지만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조 위원장은 동일인제도 개편을 통해 내·외국인에게 차별 없는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위원장은 “쿠팡 사례처럼 외국인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동일인 지정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제도개편 후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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