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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리뷰] '혼자 사는 사람들'...완벽할 것 같았던 '홀로서기'가 불편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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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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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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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혼자이려 하는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심심하고 '뻘쭘'한 일이지만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뉴 노멀'이 되어 가는 요즘이다.

이같은 '새로운 정상'은 결국 오랜 기간 '정상'으로 통하던 집단적 생활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결국 홀로 서는 것 만이 온전히 자유로와질 수 있고, 자신의 개성을 보호 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는 20대 후반의 주인공 ‘진아’(공승연 분)를 중심으로, 그의 직장 동료인 갓 스무 살이 된 ‘수진’(정다은 분)과 20대와 30대의 옆집 남자들, 그리고 그의 60대 아버지까지 다양한 세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점점 파편화 되어가는 시대의 내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극중 진아는 신용카드 콜센터 상담원으로, 전형적인 감정 노동자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 완벽한 일 처리 솜씨를 과시하고 회사 밖에서도 철저히 '나홀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며 자신만의 루틴을 완벽히 보호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진아에게 있어 무언가를 누군가 함께 하는 건 불편하다. 필요할 때는 없다가 이제야 집에 들어와 가족 노릇 하려는 아버지도 불편하고, 자꾸 말을 거는 옆집 남자와 새로 들어온 직장 후배 수진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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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불쑥 옆집 남자가 홀로 집에서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옆집 남자가 “인사 좀 해주지”라고 했던 마지막 말이 자꾸 떠오르며 고요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1:1 교육을 맡았던 신참 수진으로부터 그 동안 잊고 살았을 지도 모르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어느 순간 완벽해 보였던 그의 싱글 라이프가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완벽히 고독할 수 있는 사람만이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도 있을 지 모르지만 그런 완벽한 '나홀로' 라이프에서도 필요한 순간 필요한 소통을 해내지 못하면 결국 일상이 불편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홀로 서 있는 일상과 타인과 함께 하는 일상의 적절한 공존이 비로소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일상을 온전히 유지시켜 줄 수 있음을 영화는 또한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배우 공승연의 영화다.

다른 등장 인물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결국 극을 끌고 가는 것도 공승연이고,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 역시 공승연이다. 그 만큼 이 영화에서 공승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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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기 없는 얼굴에 두툼한 패딩 코트 차림으로 '나홀로 라이프'를 전투적으로 지켜내려 발버둥치는 공승연의 연기는 그 동안 다양한 드라마와 예능에서 비쳐졌던 도회적인 이미지를 떠올려 볼때 무척이나 새롭고 참신하다.

무표정(보기에 따라서는 화가 난 표정)한 얼굴로 철저히 매뉴얼에 따라 지나칠게 보일 정도로 사려깊고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에서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 만큼 배우로서 캐릭터를 소화력을 충분히 증명했지만 이런저런 장면에서 보여준 감정 처리는 공감을 얻는 데 있어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대목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국제영화제가 그에게 배우상을 안긴 것은 결코 잘못된 선택은 아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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