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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목포서 뱃길 두시간 ‘유배의 섬’...“가는 곳마다 절경이여” 창대 소리 들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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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 ‘자산어보’ 기행

최익현·김재로·이담·이익훈 등 102명 유배지

‘조선의 알카트라즈’ 옥섬 포토포인트로 각광

상라산 절경, 승천하는 용을 닮은 열두굽이길

해양자원 탐방·후학 교육 흑산인문학의 산실

섬 전체가 천념기념물인 홍도, 알고보면 명산

신안 1004섬, 코로나 와중에도 글로벌 유명세

헤럴드경제

흑산항과 열두굽이길은 해상왕 장보고의 선단이 산성을 쌓은 상라산 정상에서 훤히 감상한다. 장보고가 터 닦고, 정약전이 기름친 흑산도 문화는 대표적인 ‘섬 위의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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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켄틸레버공법으로 교각없이 벼랑에 놓은 하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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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다물섬 쌍용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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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알카트라즈’옥섬은 이제 사진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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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문화공원. 윗쪽에 사촌서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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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의 한 장면.


“흑산이 아니라 자산일세”

목포항에서 서쪽 뱃길로 2시간쯤 가면 검푸른 빛의 바다·섬을 만난다.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쓴 ‘자산어보’의 흑산도에 임박한 것이다.

흑산항을 몇 백m 앞둔 지점 빨간 다리로 연결된 예쁘고 작은 섬이 보인다. ‘옥섬’이라길래 구슬옥인줄 알았더니 감옥 옥(獄)자를 쓰는 ‘조선의 알카트라즈’라고 한다. 과거 ‘위험 인물’을 가둔 곳이지만, 지금은 예쁜 사진명소가 됐다.

흑산 군도 전체는 백령도, 본섬은 부산 가덕도 크기다. 흑산관광협동조합을 이끄는 장순열씨는 “초기 입도는 군인, 상인, 유학생, 승려 등 해상왕 장보고 선단에 의해 이뤄졌고, 그때 쌓은 산꼭대기 반월 모양 상라산성과 제사유적, 관사터, 무심사지가 읍동마을을 감싸고 있다”면서 “정약전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주민과 화합하면서 지혜로운 섬이 됐다”고 소개했다.

▶장보고가 터 닦고 정약전이 기름치고=자산어보 자료들이 전시된 자산문화원(여객터미널 앞)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리 고인돌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전설의 고향’ 소재가 됐던 당숲과 초령목 ▷배낭기미 해수욕장 ▷장보고의 얼이 밴 무심사지 석탑과 석등을 지나 흑산도 대표 명물, 열두굽이길을 오른다. 이런 굽이길이 전국에 20곳 남짓 있는데, 여기가 최고인듯 싶다.

신라후기 철제마, 주름무늬병, 청자류 등이 출토된 상라산은 꽤 오래 머물러도 되겠다. 전망대도 좋지만 조금 더 오르면 사방 절경과 승천하는 용 모양의 열두굽이길을 한눈에 본다.

마리재를 지나면 해안가에서 만나는 지도 바위의 작명 방식은 홍도의 코카콜라병 바위와 같다. 바위 한복판에 뚫린 구멍 모양이 한반도처럼 생겼다.

이어 교각없는 다리가 바다를 향해 쭉 뻗어나온 400m 하늘도로를 만난다. 친환경 첨단 켄틸레버 공법으로 만든 기술적, 시각예술적, 환경적 건설이다. 웬만한 관광지 못지 않은 감탄을 자아낸다.

일주 관광버스는 창망한 바다와 동행하면서 문암산, 흑산도 아가씨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신상(일주도로완성 기념), 심리, 한다령을 지나 흑산면 사리 유배문화공원에 이른다.

▶계급장 뗀 우정, 흑산인문학 완성=손암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촌서당과 자산어보의 어류 조각 자산어보원, 야생화 화원, 위리안치(가시로 울타리를 쳐 구금), 절도안치(거주지 주변 이동 가능, 상봉 허용)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16년간 유배생활을 한 정약전은 동생(약용)의 둘째아들(학유) 보다 여섯 살 어린 청년 장창대(1792~?) 등을 벗 삼아 해양자원 탐방을 마치면, 초기엔 사촌서당, 말기엔 우이도 서당에서 섬마을 아이들을 가르쳤다. 실천하는 실학자 다운 행보였고,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유배 온 이방 인과 섬사람들의 계급장 뗀 화합이 빛났다.

‘체험, 삶의 현장’ 방식으로 기술된 자산어보(1814년)는 해양생물의 이름, 모양, 습성, 맛, 건강 효능, 민속, 고기잡이 도구까지 정리했다. 검을현 자 두 개를 붙인 자산(玆山)은 ‘검다’는 뜻이지만 풍요로운 자산(資産)이라는 느낌도 준다.

자산어보가 어부들에게 빛과 같은 교과서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조선은 공도(空島:섬 비우기)·해금(海禁:해양활동 금지) 정책을 시행, 섬을 기반으로한 어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섬을 등한시하는 정책과 관리비용문제로 우리땅이던 대마도가 왜구의 전진기지로 전락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홍어는 물론 전복도 태평양 으뜸=공도정책으로 섬은 유배지가 된다. 흑산도에만 면암 최익현, 좌의정 김재로, 이조판서 이담, 승지 이익운 등 102명이 유배왔다. 탄핵된 상궁나인, 남편과 생이별한 멸문(滅門)의 부인들이 쫓겨오기도 했다.

유배공원을 지나자 마자 칠형제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치고 낚싯배가 떠있는 마을을 만나는데, 흑산도의 사진맛집이다. 이어 샛개 해변, 최익현선생유허비, 가는개 해변를 거쳐, 읍내 한복판에 돌아온다.

국제 바코드가 붙은 흑산도 홍어 외에 전복도 태평양 최고 수준이다. 물살 센 곳에서 자라 건강하고 비리지 않다.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전복죽 한상이 차려진다. 식당 가는 길, 개시(開市)전 수산물 노점들은 어떤 잠금 장치 없이 전날 저녁 물건 팔던 모습 그대로다. 주민끼리는 물론 이방인도 믿는 심성이 드러난다.

▶ “흑산아 우지마라 홍도 아우 못지않다”...세계적 습지 장도=유람선을 타면 쌍용동굴, 낙타바위, 원숭이바위, 학바위, 석주대문, 촛대바위, 공룡바위섬 등 비경과 마주하는데 “흑산아 우지마라, 홍도 아우 못지 않다”는 촌평이 절로 나온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온라인 카카오갤러리를 통해 ‘정약전과 자산어보, 그리고 흑산도’를 전시중이다.

서쪽에서 본섬을 마주하는 대(大)장도는 세계적 연구대상이다. 섬에서 발견된 최초의 고산습지(해발235m)로 국내 세 번째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이탄층(泥炭層: 지하에서 솟는 물에 의해 죽은 식물이 썩지 않고 쌓인 곳)이 발달돼 있고, 멸종위기종인 매와 수달, 천연기념물 새매와 흑비둘기, 제주도룡뇽 등 희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머지않아 본섬과 케이블카로 이어질 대·소 장도, 영산홍이 아름다운 꽃섬 영산도는 본섬 코 앞에 있고, 과거 ‘소흑산도’, ‘가도 가도 뱃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 섬’으로 불리던 흑산면 남서쪽 끝 가거도와 서쪽 끝 홍도는 큰형 흑산도가 있어 외롭지 않다. 흑산-홍도, 흑산-가거도, 흑산-홍도-가거도 여행 코스가 늘 붙어 다닌다.

▶알고보면 100대 명산, 홍도=흑산도에서 20여분 배를 타고,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홍도에 이르자. 경사진 마을의 이동수단 삼발 오토바이 기사는 ‘손님, 대한민국은 뭐죠?’라며 답을 구하는 운을 던진다. “민주공화국”이라고 답하면, “홍도보유국”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사랑과 전쟁’ 바위, ET바위, 스키 슬로프 같은 넓은 반석도 있는 홍도는 매화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뜻의 ‘매가도(梅加島)’라는 별칭도 가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안가 33경 외에 대한민국 100대 명산 홍도 깃대봉도 당차다. 흑산초교 홍도분교장을 지나 왼쪽 나무데크길로 오르면 풍어를 부활시켰다는 돌미륵, 후박나무 터널을 지나고, 연리지를 필두로 동백과 황칠나무가 호위하는 연인의 길을 만난다.

이어 산중턱에서 바다로 수직으로 뚫린 굴이 있는 숨골재가 나온다. 이곳에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지금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숨골재 일부를 나무와 흙, 멘홀로 덮어두었다. 깃대봉은 행복의 상징이다. 1m 오를 때 마다 행복을 그리고, 365m 정상에 도착하면 연중 행복을 기약한다. 하산 후 서쪽 횟집타운에서 회를 먹어도 좋고, 동쪽 분식집의 배말라면(삿갓조개넣은 라면)도 별미다.

▶신안의 보물섬들=우리나라 섬 3700여개 중 27%인 1004(천사)개를 가진 신안군은 ▷코로나 와중에 완성됐음에도 유명 외신들에 보도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박지-반월 퍼플섬 ▷국내 최고 포토존 중 하나인 동백나무 머리 벽화의 암태도 ▷ ‘섬 산티아고’순례길이 있는 병풍리 ▷태평염전이 최고의 석양을 연출하는 슬로시티 증도 ▷64개의 해수욕장을 가진 ‘치유의 섬’자은도 등 숱한 보물들을 개발,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천사 신안보유국이다.

[신안군청 자료제공]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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