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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코로나發 자영업 몰락·워킹맘 실직…소득양극화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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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 이슈노트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자영업·유자녀 여성가구 고용충격, 소득 각각 29.1%·23.1% 감소

육아 부담 더 크고 임시·일용직 비중은 더 높은 사회구조적 문제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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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여행사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며 초등학생 자녀를 혼자 키워온 A씨(40).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째 실직과 재취업을 반복하고 있다. 회사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이후 생계 유지를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지만 학교가 문을 닫을 때는 아이를 돌볼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그만 둬야할 때도 있었다.

7세, 4세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B씨(37). B씨는 얼마전 회사를 그만 뒀다. 집 살때 받은 대출금 등을 감안하면 회사를 그만 처지가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져 인력감축에 나선 상황에서 그나마 맞벌이인 자신이 그만 두는 게 나을 거 같아 결국 사직서를 냈다.

B씨는 “아이들을 돌볼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해서 사표를 내기는 했지만 지금도 아쉽다”며 “다시 복직할 길이 열리면 복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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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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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소득격차 더 벌어져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엄마들의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실직이 늘어나면서 가구 소득 불평등이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핵심노동연령층(30~54세) 취업가구 중 소득하위 20%인 1분위중에서 대면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영업 가구와 자녀를 둔 여성가구의 소득이 각각 29.1%, 23.1% 감소해 중·하위소득 간 격차를 늘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분석 결과 빈부 격차의 척도인 소득 하위 10% 가구 대비 중위소득 가구 배율(P50/P10)은 지난해 2~4분기 5.9배로 2019년 같은 기간(5.1배)보다 높아졌다.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1위부터 100위까지 놨을 때 50위인 가구 소득이 2019년에는 하위 10%보다 5.1배 많았지만 지난해 2~4분기에는 5.9배 많았다는 의미다.

소득격차 확대 원인과 하위 10% 계층의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요인에 성별과 자녀 유무의 기여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여성·유자녀 가구의 비중이 1%포인트(p) 오르면 P50/P10은 0.48% 상승하고, P10의 소득이 0.46% 더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구주는 주민등록상의 세대주와는 관계없이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여성·유자녀의 그룹은 여성이 생계를 주로 맡아 꾸리면서 자녀 양육 부담도 있는 가구가 많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화했다.

남성가구의 경우 미성년 자녀 유무에 관계없이 비취업가구의 비중 상승폭이 크지 않은 가운데, 여성·유자녀 가구에서 비중이 5.5%p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자녀 육아 등으로 인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일을 포기하는 워킹맘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IMF땐 아빠 코로나19는 엄마가 직장 잃어

워킹맘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더 힘든 것은 남성보다 여성의 육아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대면 일자리는 재택근무도 쉽지 않아서다.

또 서비스직 등 대면을 많이 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가구 중에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 비중이 더 높아 코로나19의 충격에 크게 노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19년 2~4분기 기준 임시·일용직 비중이 남성은 10.3%, 여성은 21.7%로 여성이 두 배 이상 더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여성·유자녀 가구가 코로나19의 고용충격과 소득충격에 취약하다는 결과를 알 수 있었다”면서 “자영업의 추가적인 고용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 자녀가 있는 여성 가구의 경력 단절에 따른 성별 소득격차 확대는 향후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유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KDI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기존의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고용충격이 컸던 상위 3개 업종(교육, 숙박·음식점업,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의 경우 위기 직전인 2020년 1월 기준 여성취업자의 비중(38%)은 남성취업자(13%)를 크게 웃돌았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경제위기에서 대표적인 경기민감산업인 제조업, 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남성들의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혼인상태별·성별 고용률 변동을 보면 기혼남성의 고용률이 기혼여성의 고용률보다 크게 줄었다”면서 “반면 지난해엔 기혼여성의 고용률이 기혼남성의 고용률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타격에 더해 육아 부담까지 가중된 여성들의 고용 문제는 단기적인 지원 정책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고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근본적으로 여성 일자리 문제는 정부가 일시적인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돌봄 시스템을 잘 갖추고 기업 내에서도 여성이 생산성을 내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각도의 해결책과 구조적인 변화가 뒷받침 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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