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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국정전환 요구 외면하고 자화자찬 일관한 文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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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인식, 현실과 동떨어져

“인사검증 실패 아냐” 발언 논란

김오수 감싸며 ‘마이웨이’ 외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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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공급, 경제위기 극복 등 국정 현안에 대해 자화자찬 성격의 평가를 이어갔다. 문재인정부를 준엄하게 심판했던 4·7 재보선의 민의는 국정 대전환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동산 문제”라며 “지난 재보선에서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국민은 부동산 문제만 꾸짖은 게 아니다. 국민은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위선, 내로남불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그래서 국정 전반의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어제 연설에서는 진심 어린 반성이나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읽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어느 선진국보다도 방역 모범국가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코로나 이전 수준의 경제를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백신 보릿고개’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백신 접종 낙오국이 돼 버린 현실을 호도한 것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평화협력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위한 길을 찾겠다”고 했다. 이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쇄도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의 불가피성을 고집스럽게 역설했으니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에 대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일부 후보자는 치명적인 흠결이 드러났는데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자폭탄 논란에 대해 “예의와 배려를 간곡히 당부한다”면서도 “정치인들이 좀 더 여유 있게 바라봐도 된다”고 했다. 명백한 폭력인 문자폭탄을 이렇게 두둔하다니 어이가 없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는 여론에 대해서는 “과도한 생각”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한때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휘라인에서 빠지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정권이 불법 의혹을 덮으려는 고비마다 등장한 인물인데, 무엇이 과도한다는 말인가. 문 대통령의 회견은 매번 ‘마이웨이’를 외쳐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4년간 전혀 변하지 않았고, 남은 1년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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