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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故 이선호’ 아버지 “안전요원 부재가 사건 본질…이윤 욕심에 벌어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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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씨, 평택항 사고에 “가슴 아픈 일,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

세계일보

사고가 난 평택형의 개방형 컨테이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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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의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 중 상판에 깔려 숨진 고(故) 이선호군의 아버지가 “더 이상의 산재사망사고, 이 가슴 아픈 일들이 이번에 마지막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거듭 아픈 심정을 토해냈다.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1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회사에 꼭 가고 싶은 장소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며, 생전에 아들이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밥 먹던 구내식당을 떠올린 후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 아이를 강인하게 키워보려 데려온 거지, 돈을 벌어오라고 데리고 다녔던 건 아니다”라며 “결과는 제가 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죄책감이 저를 많이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이군은 지난달 22일 평택항의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무게 300㎏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상판에 깔려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하지만 해당 현장에는 배정돼 있지 않았고, 당시 이군은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이군이 원래 맡았던 업무는 항구 내 동식물 검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군이 본래 업무와 다른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된 경위,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및 사전 교육 여부 등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119신고와 자신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는 연락 조치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 현장을 보고 무거운 철판에 깔려 숨이 끊어져 가고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며 죽어가는 모습을 윗선에다가 현장 중계하듯이 보고했다”고 직원들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건의 본질은 회사에서 안전요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원청에서 인건비를 줄이겠다, 이윤을 조금 더 남기겠다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고다”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제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며 “두 사람 중 한 명은 와서 진심어린 사죄를 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한 사람은 자기는 그런 지시를 내린 적 없다며 지금 발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같이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가 ‘병원차 좀 불러라’ 하면서 아이가 깔려 있던 철판을 들려하다 허리를 다쳤다”며 “여기서 인간의 극과 극이 나온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났지만 이러한 이유 등에서 아들이 편하게 잠들지 못했기에, 이씨는 여전히 아들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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