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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임대차 시장 불안요인 쌓이는 서울...평당 1억 전세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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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브르넨 219.96㎡ 전세가 71억
강남권 연일 전세 신고가에 전세수급지수 상승세
재건축 이주수요 큰 데 전세 공급엔 한계
한국일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재건축 공사현장과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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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3.3㎡당 1억 원을 넘긴 아파트가 서울에 등장했다. 강남구 청담동의 초고급 아파트이긴 하나 최근 꿈틀거리는 서울 전월세 시장과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임대차 가격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담동 '브르넨(BRUNNEN)청담' 전용면적 219.96㎡는 지난 2월 19일 71억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주택 임대차 가격으로는 역대 최고가로, 평(3.3㎡)당 1억 원을 뛰어넘었다. 직전 기록은 2018년 1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전용면적 271.38㎡가 작성한 50억 원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고급 빌라에 가깝다. 한 개 동에 8가구뿐이다. 이 가운데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이 두 가구를 소유하고 있다. 전세 71억 원 주택은 3개 복층으로 이뤄진 펜트하우스로, 세입자는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표다. 겉보기엔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대단지 아파트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최근 임대차 시장과 완전 무관한 거래라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서울의 전세가격이 조금씩 들뜨고 있는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3.6으로, 전주 대비 1.6포인트 올랐다. 수급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향후 전셋값이 오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전세 신고가도 연일 경신 중이다. 청담동 '청담로얄카운티' 전용면적 240.45㎡는 지난달 5일 33억 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고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면적 98.45㎡도 같은 달 16일 21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두 집 모두 해당 단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학군이나 교통 환경이 양호한 단지나 신축 위주로 전셋값이 소폭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강남권 전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18차·21차' 등 약 4,000가구가 이주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기존 생활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인근에서 주거지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신규 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5,116가구로 1분기(1만2,164가구)의 42.1% 수준에 그친다. 더욱이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는 서초구 '서초그랑자이'(1,446가구) 한 곳뿐이다. 3분기와 4분기 입주물량도 각각 7,992가구와 4,919가구에 머무른다.

매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임대차 시장에 불안 요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열흘 전보다 4.3% 감소한 2만1,901건이다. 강남구도 같은 기간 4,040건으로 0.6% 줄었다. 대치동 '은마'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한동안 전셋값이 떨어졌는데 최근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며 "전용면적 84.43㎡ 호가가 10억~11억 원까지 상승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불안 강도가 약하다는 느낌"이라면서도 "2분기 이후에도 전셋값이 오른다면 전세 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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