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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스트레이트] 동남아 K-신문 열풍이 민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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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오늘은 우리나라 신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박진준 기자가 나왔습니다.

◀ 박진준 ▶

안녕하십니까.

◀ 성장경 ▶

박 기자, 우리나라 신문사들이 발행한 새 신문, 그러니까 한번도 읽지 않은 신문들이 해외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고요?

◀ 박진준 ▶

네, 저도 이번 취재를 하면서 놀랐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이 동남아시아로 수출되고 있었습니다.

◀ 허일후 ▶

우리나라 신문이 해외에서 인기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뉴스를 한글로 보려고 그런 건 아닐 거 같구요.

◀ 박진준 ▶

네, 신문이 신문으로 쓰이는 게 아니고 '신문지'로 팔려나가는 거였습니다.

해외로 팔려 나가는 '신문지'들, 그 실태를 보시겠습니다.

[① 필리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의 한 대형 시장.

과일 상자 마다 신문이 덮여있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니 모두 한국 신문들입니다.

[☎필리핀 현지 교민]
"도매시장에도 아주 신문지들이 너무 많고, 이게 신문지가 제일 좋대요. 보호가 되고. 그래서 인기도 좋고, 사용도 거의 전(모든) 과일이 다 싸여 있는 거로 파악했습니다."

한국 신문으로 포장된 열대 과일 파파야가 진열대에 가득하고, 수북하게 담긴 바나나 상자 위에는 지난 해 12월 26일자, 조선일보가 덮여있습니다.

과일 진열대 바닥에는 올해 초 발행된 동아일보도 깔려있습니다.

가게 한 쪽에는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우리나라 여러 언론사의 새 신문들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② 태국]

태국의 재래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신문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한 상점에 들어가자, 우리나라 신문을 쌓아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태국 시장 상인]
(얼마에요?)
"10kg에 170바트!"
(새 것이에요?)
"모두 새 신문이에요."

한국 돈 6천 원 정도면 신문 10kg, 한 묶음을 살 수 있습니다.

이 상점에서 팔려나간 신문들은 꽃이나 각종 채소의 포장지로 사용됩니다.

태국의 유명 가구 매장에서도 한국 신문이 등장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콕의 이케아 매장 사진입니다.

가구나 소품 포장에 쓰라고 신문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동아일보에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모두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새 신문들입니다.

방콕 이케아 측에 왜 한국 신문을 비치했는지 물었더니 "코로나로 포장지 구하기가 힘들어져, 한국산 신문지를 사왔다"고 답했습니다.

[③ 파키스탄]

파키스탄에서도 길거리 음식 포장에 우리나라 새 신문지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신문 수출업자]
"파키스탄의 시장에서 한국 신문을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과일이나 채소를 포장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④ 인기높은 이유]

동남아시아 인터넷 쇼핑몰에선 싼값에 마음껏 한국 신문을 살 수 있습니다.

태국의 한 업자는 새 신문지를 한국에서 대량으로 갖고 와 창고 가득 확보해 뒀다며 홍보 영상까지 올려놨습니다.

모두 한번 펴보지 않은 새 신문들인데, 톤 단위의 대량 주문도 가능했습니다.

종이의 품질이 뛰어나고, 친환경 잉크로 인쇄됐으며 기름기도 잘 흡수해 과일, 음식, 채소 포장지로는 더 할 나위가 없다는 한국 신문.

[☎파기스탄 신문 수출업자]
"한국 신문은 종이 질이 좋고, 인쇄된 글씨가 잘 없어지지 않아서 포장지로 쓰기에 좋습니다."

[⑤ 폐지업체 현장]

왜 한번도 읽지 않은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새 신문들이 동남아시아에 넘쳐나는 걸까?

경기도 고양시의 한 재활용업체.

마당 한 가득 신문이 쌓여있습니다.

윤전소에서 방금 나온 듯 비닐도 벗기지 않은 새 신문 뭉치들이 트럭에서 수출용 컨테이너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신문이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매일 아침마다 같은 작업이 쉴새 없이 반복됩니다.

또 다른 업체는 마치 공장처럼 비닐하우스까지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문 수출업체 직원]
"제일 큰 신문사가 (폐지가) 제일 많아요. 다 똑같아요. 조·중·동 다 거기서 거기예요."

역시 한번도 펴보지 않은 새 신문들이 세계 각국으로 가기 위해 컨테이너로 쉴새없이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신문 수출업체 대표]
"컨테이너에다가 작업을 하는 거죠. 이건 수출용이죠. 동남아시아 각국으로 가고 아프리카까지 갑니다."

[⑥ 왜곡되는 제지 시장]

올해 1월부터 두 달 동안, 해외로 팔려나간 신문의 양은 확인된 것만 2만9천 톤이 넘습니다.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으로 대부분 수출됐고,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수출된 신문은 보통 현지에서 킬로그램 당 우리 돈 500원 정도입니다.

배송 운임과 임금 등 부대비용을 빼고도 수출업자가 챙기는 마진은 한 컨테이너 당 300만 원 선.

규모가 작은 업체는 한달에 컨테이너 100개 정도를 수출하지만, 1000개까지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전 신문 수출업자]
"돈이 되니까 달려들었겠죠. 결국은 돈이 되니까… 이거 얼추 계산해 보세요."

신문사들이 신문 한 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800원 정도.

종이와 잉크, 그리고 각종 임금이 더해진 비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들여 만든 새 신문이 구독자가 아닌 폐지업자에게 한부당 80원, 10분의 1 헐값에 넘어갑니다.

경영이 어렵다는 우리나라 신문사들이 매일매일 돈을 갖다 버리는 셈입니다.

대신 배를 불리고 있는 건 엉뚱하게도 중국 재활용 제지 업체들입니다.

[전 신문 수출업자]
"(수출된 신문이 동남아) 현지에 한 30% 정도 소요되고요. 60%에서 70%는 다시 중국으로 넘어간답니다."

중국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환경보호를 이유로 재활용이든 아니든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린 중국제지 업체들이 동남아를 경유하는 식으로 한국 신문지 싹슬이에 나선 겁니다.

[전 신문 수출업자]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이쪽으로 가는 것들은 거기 가서 말 그대로 다시 녹여서 원료로 펄프 원료로 중국에 다시 재공급이 된다는 거죠. 자원 싸움이죠. 자원 싸움인데 현재 국가에서 그 자원 싸움에 보호를 못 하고 그냥 다 내주고 있는 거죠."

불똥은 국내 제지 시장으로 튀었습니다.

우선 신문지를 재활용해 계란판을 만들어 온 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원료 값이 30% 이상이나 뛴 겁니다.

[계란판 제조 공장 관계자]
"지금 모르시겠지만, 저희도 이것 때문에 골치 아파요. 옛날에는 킬로그램당 220원 230원에 살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한 290원 정도 돼요."

국내에서 유통되던 신문 폐지가 줄자 이를 원료로 만들 던 재활용 종이의 원가도 뛰고 있습니다.

[☎00페이퍼 관계자]
"종이, 고지(재활용 신문)가 없어서 난리에요. 수입은 막아놓고 수출은 그대로 내보내고 남는 리사이클 종이가 얼마나 되겠어요. 저희가 진짜 엄청 힘들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소비자한테 돌아가거든요. 지금 종이 같은 경우 고지 수입이 어려워지니까 저희가 이번에 (종잇값) 올리긴 했어요."

황당한 건 종이원가가 오르면서 새 신문 한부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박진준 기자(jinjunp@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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