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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집단면역 땐 코로나 사라지나? 더 퍼지지 않을뿐 없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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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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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총인구 대비 8%에 육박한 가운데 오는 11월 집단면역(herd immunity) 형성을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던 방역당국이 지난 4일 "집단면역 목표가 코로나19의 완전 퇴치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혀 '집단면역 형성=코로나19 퇴치'라고 인식하고 있던 일반 국민이 당혹해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도 많고 계속 변화하고 있기에 바이러스 퇴치 목표는 애당초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고 목표한 적도 없다. 정부에서 목표로 한 것은 일상생활 회복"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집단면역 도달은 어렵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endemic)될 것"이라면서 "결국 독감(인플루엔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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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도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과 중환자 발생을 막고 독감처럼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집단면역 달성 목표'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백신접종 계획을 앞당기라고 독려했던 내용과 미묘한 온도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남아도는 미국도 전문가들이 "집단면역 달성 가망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통제 불능이 아닌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에게 도움을 받아 질의응답(Q&A)을 통해 집단면역에 대해 알아본다.

―집단면역이 달성되면 코로나19는 없어지나.

▷아니다.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한다고 즉시 코로나19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확산이 더 일어나지 않음을 뜻한다.

집단면역 원리는 기초감염재생산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아무런 사전 면역이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감염병 환자 1명이 평균적으로 새로운 환자를 몇 명 만들어내는지 나타내는 값이다. 만약 기초감염재생산수가 3이라면 환자 1명이 새로운 환자 3명을 만들어낸다. 만약 3명의 새로운 환자 후보자(?)가 있고 그중 2명이 이미 면역을 가지고 있다면 환자 1명은 다시 1명의 새로운 환자가 된다. 그리고 감염시킨 사람은 회복된다. 즉 감염병에 걸려 있는 총수는 1명으로 일정하다. 이것을 인구집단 전체로 확장한 게 바로 집단면역의 개념이다. 기초감염재생산수가 3이고 우리나라에 매일 확진자 1000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만약 우리 국민 중 3분의 2가 면역을 가지고 있다면 정확히 그 순간에는 계속 확진자가 1000명이 생기게 된다.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은 더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음을 의미하지 감염병이 갑자기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기서 면역 수준이 3분의 2보다 더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확진자는 더 빠르게 감소하게 된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이제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되나.

▷그렇다. 집단면역에 도달하더라도, 심지어 거의 100% 가까이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먼저 백신 접종률은 100%가 될 수 없다. 해외에서 그렇듯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밀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을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반복적인 유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해외에서 유행이 지속되면 유입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중 상당수는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일 수 있다. 다행인 점은 현재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감소하지만 중증 및 사망 방지 효과는 상당히 유지가 되는 듯하다. 이는 면역의 복잡한 기전 때문이다. 감염될 수는 있지만 사망이나 중환자가 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코로나19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이 상태가 종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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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


―백신 접종률 70%는 집단면역 수준인가.

▷아직 모르지만 그것보다 더 높은 수준이 필요하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이론적인 값으로 측정이 쉽지 않다. SARS―CoV2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팬데믹 초기 2.5~3.5 정도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최대 4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기도 했고, 심지어 지난해 말 발견된 영국 발견 변이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더 높아져 있다. 앞서 설명드렸듯 기초감염재생산수가 4라면 전체 인구 중 4분의 3이 면역을 가져야 더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으며, 5라면 5분의 4가 면역을 가져야 한다.

조금 더 복잡한 문제도 있다. 위 예시는 백신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 백신 효과는 100%가 아니다. 예를 들어 70% 효과적인 백신은 100%가 접종해야 70%의 집단면역이 형성되며, 90%효과적인 백신은 80%만이 접종해도 70%의 집단면역 수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실제를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수치적으로 살펴보면 변이까지 감안한 코로나19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4 이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사회가 필요한 집단면역수준은 최소 75% 이상이다. 90%의 효과적인 백신을 전 국민 중 85%가 접종해야 얻을 수 있는 값이다. 지금 백신은 16세 미만 청소년, 영·유아에게는 승인돼 있지 않다. 이들은 약 66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9%다. 즉 현재 접종 가능한 인구는 87.1%로 90% 효과적인 백신을 모두가 접종하더라도 원하는 집단면역 수준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모든 인구가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청소년, 영·유아, 임신부에 대한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더욱 불리한 조건이다. 대규모 유행 국가는 3차 유행이 도달하기 전에도 지역별로 20%에 가까운 항체양성률을 보였다. 즉 최대 수십 %의 인구는 백신 접종 없이 면역을 획득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요구되는 백신 접종률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확산 저지로 항체양성률은 1%가 되지 않는다. 즉 집단면역은 전적으로 백신에 의존해야 한다.

―집단면역은 달성 가능한가.

▷특별한 조치 없이도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집단면역에 도달한 상태라고 정의한다면 집단면역은 달성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이스라엘, 미국, 영국이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은 50%에 가까운 접종률과 30%의 감염으로 인해 사실상 집단면역수준에 도달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수치적으로 계산한 값을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은 실제로 보여줄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백신 지속 기간 등 불확실성은 있지만 3회 차 부스팅과 이후 추가적인 백신 접종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집단면역이라고 부를 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정리 =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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