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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 않는다” 협치 강조한 보수 진영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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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시대’ 정치사 한복판에 자리했던 이한동 전 국무총리 별세

[경향신문]

경향신문

인사청문회 거친 첫 총리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2000년 7월 국회 총리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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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에서 검사로 전관 ‘최초’ 기록
전두환 정권 출범 후 정계에 입문

민정당 강경파와 달리 야당과 대화
3당 합당 후엔 민주계 인사와 교류

김대중 정부 때 국무총리로 임명
중대한 결정에 과감…‘단칼’ 별명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5공 군사정권 시절인 1980년 정치권에 입문해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까지 현대 한국 정치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강조한 보수 진영의 거물이었다.

경기 포천 출신인 이 전 총리는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에 합격, 1963년 서울지법 판사로 6년간 일하다 1969년 검사로 옷을 바꿔 입었다. 판사에서 검사로 전관한 최초의 인물이다. 1973년 검사 재직 당시 유신 반대 운동을 한 대학생들이 남산 중앙정보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한 사실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1980년 전두환 정권 출범 이후 부장검사를 끝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11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당선됐다. 이때부터 2000년 16대 총선까지 내리 6선을 지냈다.

이 전 총리는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6년 민정당 원내총무를 지냈다. 당시 야당과의 타협을 거절하던 민정당 내 강경파와 달리 이듬해 6·29 선언과 직선제 개헌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전 총리는 노태우 정부인 1988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내무부 장관을 지냈다. 6월항쟁 이후 노동자들의 요구가 터져나오던 당시 풍산금속과 현대의 파업을 강경 진압해 노동운동을 탄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1990년 1월 민정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이후 민정당 출신이지만 민주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행보를 보였다.

1997년에는 ‘중부권 대표주자론’을 내세우며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이회창, 이인제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후 ‘반(反)이회창 노선’의 중심에 서면서 활로를 모색하다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명예총재와 손을 잡고 자민련에 입당, 2000년 자민련 총재를 맡았다.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서 김종필·박태준 전 총리에 이어 3번째 총리직을 지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 총리였다. 2002년 자민련을 탈당하고 하나로국민연합을 창당해 16대 대선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에 복당해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

이 전 총리는 ‘단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협상을 앞세우면서도 중대한 결정은 과감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통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가 좌우명이다. 2018년 발간한 회고록 <정치는 중업(重業)이다>에서도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강조했다. 다만 이 전 총리는 잦은 당적 옮기기로 원칙 없이 권력을 좇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빈소에 보내 “통합의 큰 흔적을 남기고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총리에 대해 “40여년 정치 인생 동안 초당적 협력과 협치를 중시했던 의회주의자”라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국민통합과 포용의 정치,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 의회주의자”라며 애도했다.

이 전 총리는 지원·용모(건국대 교수)·정원(고려사이버대 교수)씨 등 1남2녀를 뒀다. 두 사위는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이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지는 국립현충원이다. 발인은 11일.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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