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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영국 보수당, 지방선거 이겼지만…스코틀랜드가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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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에 압도적 승리…‘정치 위기’ 존슨 총리, 한고비 넘겨

스코틀랜드선 독립 추진 SNP가 이겨…“2023년 주민투표”

무슬림 시장 사디크 칸 재선…탈북민 구의원 후보자들 낙선

[경향신문]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이 승리를 거뒀다. 보수당은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혼란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빠른 백신 접종으로 감염률이 점차 떨어지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독립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새로운 갈등이 예상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잉글랜드 143개 구의회에서 약 5000명, 스코틀랜드 의회 129명, 웨일스 의회 60명, 런던시의회 25명, 직선 시장 13명 등을 뽑는 선거였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져 이날 실시된 선거는 철저한 방역관리 속에 진행됐고 개표도 8일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BBC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선 보수당이 크게 앞섰다. 잉글랜드 143개 자치구 중 137개구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보수당은 2200석 넘게 얻었고, 노동당은 1290여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57년 동안 노동당이 패한 적이 없던 잉글랜드 북동부 하틀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의 질 모티머 후보가 51.9%를 득표해 28.7%를 얻은 노동당 후보를 이기는 대기록을 세웠다. 보수당은 스코틀랜드 의회와 웨일스 의회에선 각각 스코틀랜드국민당과 노동당에 이어 2당이 됐다.

영국 언론들은 “보수당이 상당히 선전한 결과”라고 총평했다. 브렉시트 발효 후 무역상황이 악화되고 총리관저 인테리어 공사비 의혹 등이 의회 조사 대상에 오르며 위기를 맞았던 존슨 총리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정부의 코로나 대유행 대처에 만족하거나 최소한 초기의 실정을 용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023년 말을 목표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SNP가 4차례 연속 선거에서 승리하며 제1당 자리를 지킨 점은 존슨 총리에게 타격이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추진하는 SNP는 총 129석 중 과반에 한 석 모자란 64석을 얻었다. 8석을 얻은 녹색당을 합하면 분리독립 지지파는 72석으로 과반이 된다.

존슨 총리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독립 투표 실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SNP 대표는 개표결과 발표 후 “유권자들이 무언가를 약속한 정당을 선택했다면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며 독립 투표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누구도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것을 막을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정부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거부하면 이는 “영국이 더 이상 동등한 파트너가 아님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SNP는 일단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하고, 상황이 안정되면 곧바로 독립투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치러진 분리독립 투표에서는 잔류가 55%로 분리(44%)보다 많아 독립이 무산됐다. 하지만 브렉시트에 대한 불만, 스터전 자치정부 수반의 인기 등을 바탕으로 영국을 떠나 유럽연합(EU)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키어 스타머 당수 취임 후 처음으로 선거를 치른 노동당이 2019년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패배한 것도 특징적이다.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 안에서 제러미 코빈을 주축으로 한 좌파와 중도층의 대결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으로 최초의 무슬림 시장으로 기록된 사디크 칸 런던시장이 재선에 성공해 그나마 노동당의 면을 세웠다. 55.2%를 얻은 칸 시장은 44.8%를 득표한 보수당의 숀 베일리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맨체스터 지역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탈북민 출신 박지현씨와 티머시 조는 낙선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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