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질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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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소식이 외신을 탔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3개월 난 딸과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한 장면이다. ‘아기와 함께 유엔에서 새 역사를 만들다’는 제목의 보도에 세계가 함께 미소지었다. 아던 총리 이전에도 젖먹이 때부터 수년간 아이를 의회에 데리고 다닌 리치아 론줄리 유럽의회 의원(이탈리아), 모유 수유가 간간이 포착된 호주 녹색당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 등이 의회를 육아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여성 국회의원의 출산은 곧잘 화제가 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건강하게 태어난 튼튼이(태명)를 만났다”며 출산 소식을 알렸다. 현역 의원이 출산한 것은 19대 국회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 국회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용 의원은 법적인 출산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대한민국에는 국회의원을 위한 출산휴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장 전 의원은 출산휴가를 전혀 쓰지 못했다. 신 전 의원은 45일간 국회에 나오지 않으며 본회의나 공식활동 때마다 국회의장에게 청가서(결석신고서)를 제출하다가 국회의원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그러나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인사청문회장에서 장관급 비혼여성 후보자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다그치면서도, 정작 출산을 한 여성 국회의원조차 변변히 쉴 수 없는 곳이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용 의원은 일단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국회의원 출산과 육아 병행, 국회 내 수유공간 확보를 명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하나같이 해외 의회에선 보장돼 있는 당연한 권리들이 국내에선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청년 자체가 ‘희귀종’인 낡은 국회 구성 때문이다. 머지않아 아기를 안고 의정활동을 하는 용혜인 의원을 보길 바란다. 의사당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남성 의원들과 배우자들도 많아져야 한다. 이런 기본적 요구와 인프라를 허락하지 않는 국회는 저출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 아이를 환대하는 문화도, 출산·육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국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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