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안해"…정치실종 시대 '고인 빈자리' 추모
文대통령 조화 보내…비서실장 통해 "통합의 큰 흔적"
이한동 전 총리 빈소 찾은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9일 서울 건국대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치권은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좌우명대로 여야를 뛰어넘어 생전 '협치·통합 정신'을 평가하며 '한또'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고인의 생전 모습을 추억했다.
여당에서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시절의 총리로서 IMF 국난 극복에 나섰던 기억을 주로 끄집어내기도 했다.
정치권의 이날 조문은 여야가 인사청문 정국에서 극심한 대치를 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이날 빈소 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자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조화도 오후 늦게 빈소 안에 놓였다.
전직 국무총리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역시 총리 출신으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의 조화도 복도에 자리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초당적 추모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 전 총리와 초선 의원일 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소개하며 "까탈스러운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신 게 후배로서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 총리 대행은 "IMF 위기를 막 극복할 때 2년 이상 총리로서 경제·사회부처의 정책과제를 잘 조율하고 아울렀던 유능한 총리로 기억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조문을 마친 뒤 "국무총리로 계실 때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근무했다"며 "모든 일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한동 전 총리 빈소 찾은 송영길 대표 |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조문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복심이었던 박지원 국정원장도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유 실장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에서 통합의 큰 흔적을 남기고 지도력을 발휘한 이 전 총리님을 기리고,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는 추모 메시지를 전달했다.
송 대표는 "통합의 정신을 실천해주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윤 원내대표는 "여야가 항상 서로 어우러지고 의견이 달라도 대화하고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걸 꺼려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라며 "그런 모습을 다시 복원하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전 총리도 지금의 정치를 좀 안타깝게 생각하시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여야간 협치를 잘 해주셨던 진짜 정치인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별안간에 돌아가셨다고 해 마음이 아프다"며 "정치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데 이 전 총리 같은 분의 정치력이 정말 아쉽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오후에 조문할 예정이다.
이 전 총리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시절 보좌진으로 국회에 첫발을 디딘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상주 격으로 빈소를 지켰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이 전 총리 고향인 경기도 포천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 김학용·김영우·김을동 전 의원 등도 빈소를 찾았다.
재계의 추모도 잇따랐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고인의 사위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명의의 조화 등이 놓여있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발인은 11일 6시, 장지는 대전현충원이 유력하나 국가보훈처의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 절차가 남은 상태라고 이 전 총리측 관계자가 전했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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