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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입김 세진 사무직 노조… 대기업 노사관계 지형 뒤흔든다 [올 노사협상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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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교섭 참여 불가능하지만
세력 커진 사무직 이해 반영될 듯
경영계 "노동운동 새바람" 기대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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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중심의 사무직 노동조합이 잇따라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기업 노사협상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성과체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이들이 연공서열 중심의 기존 생산직 노조와 어떤 차별성을 만들면서 기존 노사관계 지형을 뒤흔들지 주목된다.

■내년 이후 단독교섭 테이블 전망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범한 대기업 사무직 노동조합은 내년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 등에 대한 교섭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대기업 사무직 노조는 생산직 중심의 임단협에 반발, 독자 교섭을 요구하며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 3월 출범한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교섭단체 분리신청 '기각' 결정으로 단독 교섭 지위 확보에 실패하면서 독자적 임단협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오는 20일께 구체적 기각사유를 담은 판정문이 나오면 중앙노동위원회에 항소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도 이제 막 노조활동을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까지 사무직 노조 가운데 개별 교섭 지위를 확보한 곳은 없다.

올해 안에 사무직 단독 교섭의 정당성을 확보하더라도 사무직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기존 노사관계 지형을 뒤흔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법상 일반적으로 복수노조 체제일 때 노조 측은 사측과 임단협 진행 시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게 원칙인데 이미 연초에 대부분의 노조는 대표 교섭단체를 정했기 때문이다. 한 사측 관계자는 "올해 안에 사무직 노조가 회사에 별도로 교섭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미 연말까지 기존 노조가 대표 교섭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무직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회사가 응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직 노조 요구 반영 불가피

하지만 사무직 노조가 정년연장 등을 외치는 기존 생산직 노조와 선을 긋고 성과체계의 '투명성'과 보상의 '공정성'을 요구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기존 노조가 사무직 노조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의 경우 사무직 직원이 전체 임직원의 약 60%를 차지, 대표 교섭단체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LG전자의 제1 노조는 조합원 수 약 9500명 규모의 한국노총 산하 LG전자 생산직 노동조합이지만, 사무직 노조 조합원 수가 1만1000명 수준을 넘을 경우 노조 측의 과반수를 차지해 교섭 대표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현재 3500~4000명 규모로 알려졌다.

경영계는 기존 노조와 신생 사무직 노조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면서도 '합리적 대화'를 내세우는 사무직 노조가 과거 '대립·투쟁'을 무기로 삼은 '블루칼라식' 노동운동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김철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지원팀장은 "지난 수십년간 노조는 과도한 정년연장을 요구해왔으나, MZ세대가 주축이 된 사무직 노조는 정년연장과는 거리가 멀어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면서 "생산직 노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협상에선 큰 반전을 이루긴 어렵겠지만, 회사는 임금체계를 연공 중심보다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사무직 노조가 교섭 대표성을 갖기란 쉽지 않지만 회사는 단순히 법에 따라서만 판단해선 안될 것"이라며 "근로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각종 직급별 간담회 등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교섭을 받아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비공식적 대화를 통해 요구조건이 뭔지 듣고 반영해 제도를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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