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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반도체 대란에 철광석 값 급등… ‘5월의 보릿고개’ 닥친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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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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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코로나19를 탈출한 산업계가 때아닌 보릿고개를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이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광석 값이 급등하면서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황 끝에 호황이 찾아왔는데도 급증하는 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자잿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대란에 빠진 자동차 업계는 불안한 생산을 잇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코나·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과 그랜저·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춘 데 이어 지난 6~7일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품귀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원격 주차, 후방 충돌 방지 등 일부 첨단 기능을 뺀 ‘마이너스 옵션’ 차량까지 내놨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장기화하고 있어 5월에도 4월 그 이상의 생산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설계 업체 ‘텔레칩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MCU’를 시범 생산했다. 3~6개월 제품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서 고객사를 확보하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선박, 철근, 가전제품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마저 크게 올라 차·조선·건설·가전 업계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t당 201.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50달러대에서 2개월 만에 33.3% 급등했다. 철광석이 t당 2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자연히 철강 제품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가전 소재인 열연강판 값은 지난 1월 말 t당 88만원에서 4월 말 110만원으로 올랐다. 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인 후판도 t당 11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후판이 100만원대를 돌파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철근 가격도 연초 t당 70만원에서 이달 93만원까지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정책을 펴고 있어 건설업계의 ‘철근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는 ‘수주 풍년’을 맞았음에도 철강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와의 철강 공급가 협상에선 t당 10만원 이상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성과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철강 가격 상승은 즉각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조 수주가 쇄도해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제조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자동차 값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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