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1분기 잇단 '사상 최대 실적' 석유화학업계, 코로나 위기가 기회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화 등 호실적

'집콕'에 가전·포장재 등 수요 급증한 덕

미뤄진 증설에 美한파 공급 차질까지 가세

"쌓아둔 재고 적다" 업황 성수기 지속 기대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LG화학을 필두로 석유화학업체가 연달아 역대 최대 규모의 1분기 실적을 내놨다. ‘집콕’과 관련된 가전을 포함한 IT제품이나 일회용 포장재, 코로나 관련 위생·보건 제품군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극적으로 회복된 덕분이다.

이데일리

롯데케미칼이 연초 증설을 마친 산화에틸렌유도체(EOA)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에도 1분기 최대 실적 경신

9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화학(051910)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4.0% 증가한 1조4081억원으로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석유화학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70%인 9838억원을 벌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영업이익률이 22.2%에 달했다.

또 다른 국내 3대 석유화학업체인 롯데케미칼(011170) 역시 지난 7일 ‘깜짝 실적’을 내놨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27.3% 증가한 4조1683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흑자 전환한 6238억원으로 각각 잠정 집계됐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1분기 매출액 1조8545억원·영업이익 612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다시 썼다. 이는 전년 동기에 견줘 각각 51.3%, 360.2% 늘어난 수준이다.

SKC(011790)와 SK케미칼(285130), 효성티앤씨(298020)·효성첨단소재(298050)·효성화학(298000) 등 주요 석유화학업체도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오는 11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한화솔루션(009830)도 매출액 2조5869억원·영업이익 2291억원(에프앤가이드 집계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 평균)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급증한 가전·일회용품·위생보건 제품 수요

석유화학업체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된 것은 물론, 통틀어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배경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가 있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전·IT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여기에 들어가는 석유화학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가전,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고부가합성수지(ABS) 가격은 급등했다.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아시아 내 ABS 가격은 4월30일 기준 t당 2420달러로 지난해 4월24일 1090달러 대비 122.0% 상승했다.

일회용 포장재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PE)과 의료용 주사기 등을 만드는 폴리프로필렌(PP), 일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건자재 등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수요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들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초가 되는 에틸렌 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110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배 넘게 뛰었다.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을 뺀 스프레드는 지난해 평균 370달러에서 469달러로 상승했다. 그만큼 마진이 커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지난해 중국이 코로나19 여파로 에틸렌 증설 계획을 미룬 데다 연초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와 일본 지진에 따른 설비 가동률 하락까지 더해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했다.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 당분간 강세”

이같은 회복세는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경기 회복세도 뒷받침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6.0%로 지난해 -3.3%의 역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모두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의 석유화학제품의 재고 수준이 낮게 유지되고, 세계적으로 재고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있다”며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석유화학제품 증설이 있더라도 늘어난 수요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도 봤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재차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설비 증설이 예정돼있지만 다운스트림 제품 공급 본격화를 통한 시황 조정이 나타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