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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 철군 돌입 직후 아프간 학교 인근서 폭탄테러…“학생 포함 200여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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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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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피해 학생들의 책과 가방이 학교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카불|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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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부의 한 학교 인근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십명이 숨졌다.

아프가니스탄 언론 톨로뉴스는 8일(현지시간) 카불의 사예드울슈하다 고등학교 인근에 주차된 차량 한대가 폭탄과 함께 폭발하고, 인근 다른 지점에서 폭탄이 두차례 더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내무부는 이번 테러로 최소 5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지 카마프레스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58명, 15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테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학생들의 가방과 책이 땅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구급차 여러대가 현장에 도착해 사상자를 실어 갔다. 내무부에 따르면 사상자 대부분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귀가 중이던 여학생들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3교대로 수업을 하는 곳이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테러 주동 세력으로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을 지목했으나, 탈레반은 이를 부인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책임은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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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폭탄테러가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학교 앞 현장. 카불|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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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테러는 미군이 지난 1일부터 철군에 돌입한 직후 발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시절 올해 5월1일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군 완료일을 9월11로 9·11 테러 20주기에 맞춰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이었던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평화 협정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내 미군 철수를 기존 5월1일에서 9월11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힌 지난 4월 이후 탈레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도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로켓 공격으로 아프간 동부 쿠나르지역에서 어린이와 아프간 정부군 포함 포함 16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아프간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발표 후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에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부터 7일간 아프가니스탄 친정부세력 140명과 시민 44명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도 “탈레반은 외국군에 대한 공격은 대부분 멈췄지만, 계속해서 정부군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다”며 “많은 언론인과 활동가, 학자들이 탈레반 소행 공격으로 숨졌지만, 탈레반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평화협정도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철군 종료일을 연장하자 탈레반은 “모든 외국군이 철군을 마칠 때까지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으로부터 탈레반과의 공동 과도 정부 설립을 제안받은 아프간 정부도 “선거를 통해 권력이 이양돼야 한다”며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테러가 ‘여성 표적 범죄’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군이 철수하면 보수적인 사상을 가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해 현지 여성들의 인권도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1995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뒤 여성들에게 전신 가리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을 강제하고, 일체 사회활동을 금지했다.

이날 폭탄테러 이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카불 학교 근처에서 발생한 야만적인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로스 윌슨 카불 주재 미 대사 대리인도 트위터에 “아이들을 향한 이 공격은 아프가니스탄 미래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며,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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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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