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세계 1등’ 삼성이 흔들린다…인텔·TSMC에 영업이익 역전 허용, 기술도 밀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 시설과 생산 공장이 있는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규모나 수익 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치열한 기술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잇따라 경쟁사의 추월을 허용하고 있다. 세계 1등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삼성전자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해 1분기 반도체 분야 매출은 19조100억원, 영업이익은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7% 이상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 감소했다. 주춤한 실적에 대해 회사 측은 미국 텍사스주 한파에 따른 오스틴 팹(공장) 가동중단을 이유로 들었다. 한승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전무는 “오스틴 지역 단전과 단수 등으로 가동이 중단돼 반도체 원판(웨이퍼)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피해 규모는 7만1000장 정도다”라며 “이는 약 3000억~4000억원에 해당한다”고 했다.

세계 종합반도체기업(IDM) 1위인 미국 인텔의 1분기 매출은 197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조70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37억달러(약 4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매출 198억달러, 영업이익 70억달러에 비해 부진한 것이지만, 그래도 삼성전자보다 나은 성적표를 거뒀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는 1분기 매출 129억달러(약 14조4500억원), 영업이익 53억6000만달러(약 6조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삼성보다 5조원가량 작지만,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많았다.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이 비슷했던 두 회사는 최근 들어 수익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업계는 TSMC가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와 7㎚ 등 미세공정에서 매출의 절반을 거두며 수익을 극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선비즈

대만에 있는 TSMC 팹(공장)16. /TSMC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단전·단수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과 함께 D램과 비교해 부진했던 낸드플래시의 시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반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업계는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삼성전자와 경쟁사간 기술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5㎚ 파운드리에서 지속적으로 수율이 하락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율은 전체 생산품 중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로, 불량품이 많으면 버리는 웨이퍼 면적이 넓어져 손실이 커지고, 기술 신뢰도가 떨어져 고객사 수주가 어려워진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삼성전자는 5㎚ 공정 수율 개선에 상당한 시간을 썼고, TSMC는 그사이 5㎚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대형 고객을 싹쓸이했다”며 “(텍사스) 한파에 따른 손실은 공장 재가동으로 복구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문제는 공장 가동 중단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비즈

그래픽=박길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운드리뿐 아니라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기술력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D램 역시 최근 미세공정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데, 10㎚급 차세대 D램 경쟁에서 미국 마이크론이 4세대(1a) 개발을 먼저 알리며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D램 선두인 삼성전자로서는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이 진짜 기술 없이 업계 관행처럼 굳어진 ‘㎚ 단위의 기술 마케팅을 자제하자’는 룰을 이용해 기술력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세대(1z) D램은 15㎚ D램을 말한다”고 정확한 선폭을 공개하며 “삼성전자가 하반기 양산하는 4세대(1a) D램은 14㎚다”라고 했다. D램 선폭은 기술력의 척도로 여겨지는데, 선폭이 좁을수록 크기를 작게 만들면서 전력효율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0㎚급 D램에서 ㎚단위의 선폭을 세대별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건 싱글(한 자릿수) 나노(㎚)로 선폭을 대폭 줄인 것이 아닌 이상 큰 의미가 없다”라며 “삼성전자가 최근 기술 진척이 느리다는 비판에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비즈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512Gb(기가비트) TLC(트리플 레벨 셀) 4D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적층(쌓기) 경쟁에서도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보다 늦었다. 마이크론은 178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했다고 알렸고, SK하이닉스도 개발이 완료돼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키옥시아도 최근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162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음을 전했다. 경쟁사 중 128단 낸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삼성전자만 몇 단까지 낸드 적층이 가능한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 부사장은 “이론적으로는 256단까지도 가능하다”라며 “관건은 ‘얼마나 쌓을 수 있느냐’가 아닌 ‘시장에 최적화된 단수가 무엇이냐’의 문제다”라고 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최근 정치적 압박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제조업 공급망 재편을 선언, 삼성전자 등의 참여를 노골적으로 바라고 있다. 이미 미국 기업과 대만 TSMC 등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 투자를 결정해도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변수가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업계는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에 큰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가운데, 과감한 투자 등이 신속하게 결정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삼성전자에는 부담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으로 반도체 관련 장비 수출을 막을 경우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장비 반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라며 “그렇다고 미국 편만 들 수 없는 게 중국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최대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