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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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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안 좋다더라"…의대생 사건, 당신이 본 가짜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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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김지현 기자] ['가짜뉴스' 해명하느라 바쁜 경찰…"발견된 휴대폰도 친구 것 아냐"]

머니투데이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다가 실종된 대학생 손 씨가 실종 엿새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사진은 이날 반포한강에서 수중수색작업중인 경찰.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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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씨(22)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끝없이 나온다. 손씨 실종 전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의 삼촌이 전직 경찰 고위 간부, 부친이 대형병원 의사라는 등의 루머가 확산하면서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민씨의 실종장소 인근에서 휴대폰이 발견됐으나 이마저도 사건 당일 함께 있던 친구의 휴대폰이 아니었다. 당시 친구는 정민씨의 휴대폰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고, 본인의 휴대폰은 잃어버렸다고 한다.

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A씨의 삼촌이 전직 경찰서장이 아니며 A씨의 아버지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온라인 상에서는 'A씨의 집안이 좋아 사건이 묻히고 있다'는 식의 추측성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최근 명예퇴직한 전 강남경찰서장 B씨가 A씨의 삼촌, 외삼촌이라는 소식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퍼졌다. A씨 아버지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라는 가짜뉴스도 돌았다.

B 전 서장은 A씨와 일면식도 없는 타인으로 확인됐다. B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어떤 경로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고 나 또한 소문을 듣고 황당했다"며 "사실이 아니고 그 친구와는 일면식도 없고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성씨가 얼마나 많은데 성씨가 같다고 그런 유추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명예훼손을 당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관계자도 "B씨와 친구 A씨가 친척 사이라는 소문은 가짜뉴스"라며 "경찰은 손씨의 사망 사건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병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의료진을 거론하는 루머는 사실과 다르며 본원 소속 의료진 가족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외 온라인 상에서 유포되는 다른 루머들도 거짓으로 판정됐다. 온라인상에서는 A씨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가짜뉴스가 퍼졌지만 경찰은 초반에 A씨에 대한 최면 조사를 진행했다.

손씨 실종 당시 인근 서래섬에서 낚시하던 남성이 "인근에 경찰차 6대가 출동했다"고 올린 글도 이번 사건과는 연관이 없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6대가 아니라 2대이며, 차량 접촉사고로 출동했지 손씨 때문에 출동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손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점 인근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남성 3명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3명이 손씨를 살해했다'는 수준의 루머가 오갔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고교생 1명과 중학생 2명으로 동네 선후배 사이일 뿐이었다.


가짜뉴스에 수사력 낭비…"억측 자제"

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경찰의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차 6대 출동' 등 근거 없는 루머에 실제 수사력을 동원해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력이 낭비되면서 정작 중요한 실마리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면 정보통신망법(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전기통신기본법(이익 목적 허위통신) 등에 따라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사건 관계자들은 지나친 억측을 자제해달라는 입장까지 내는 상황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관련 가짜뉴스에 대해 "근거 없는 루머는 법적 책임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관련 글 게재 및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했다.

중앙대 의과대학 학생회도 최근 온라인상에서 손씨 사망 직전 술자리에 참가했다고 주장하는 글 등에 대해 "사칭이나 억측성 글들이 사실 관계 파악이 되지 않은 채로 커뮤니티에 떠돌아 다니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기를 기다려주고 이번 사건에 대한 비방이나 조롱, 사칭이나 억측성 글들은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소문이 계속 퍼지는 가운데 정민씨의 실종장소에서 휴대폰이 발견됐지만 A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휴대폰은 손씨의 실종 및 사망 경위를 밝힐 주요 단서로 꼽혔다. 실종 당일 A씨가 본인이 아닌 손씨의 휴대폰을 가지고 귀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휴대폰이 뒤바뀌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 휴대폰은 손씨의 시신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등 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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