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영국 변이에 습격당한 울산…확진자 64%가 당했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기존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3종 변이(영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브라질 변이)에 감염된 이들이 누적 1500명으로 추산된다고 당국이 밝혔다. 특히 울산에서는 최근 확진자 10명 중 6명꼴로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

3일 오전 울산 남구 태화강둔치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주요 3종 변이 감염자가 97명 추가됐다. 누적 변이 감염자는 632명으로 늘었다. 영국발 변이가 551명, 남아프리카공화국 71명, 브라질 변이 10명으로 대다수인 90%에서 영국 변이가 검출됐다. 영국 변이에 대해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전파력이 많게는 50%까지 올라간다는 연구가 있다”며 “그럼에도 백신 효과는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3월말까지 국내서 나온 330건의 주요 변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는 1명(0.3%), 위중증 환자 9명(2.7%)으로 기존 코로나19보다 치명률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에서 유전자 전장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경우 외에도 역학적으로 연관된 사례 867명까지 합하면 국내 주요 3종 변이 감염자는 1499명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캘리포니아 변이(416명), 인도 변이(33명) 등 기타 변이바이러스 감염자 473명까지 포함하면 국내 변이 감염자는 1972명에 달한다. 확진자 전수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하는 게 아닌 만큼 실제 규모는 더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변이 감시를 위해 최근 유전자 분석을 확대해왔다. 방대본에 따르면 해외에선 보통 확진자 대비 5% 정도를 분석하지만, 우리는 지난주 기준 14.4%(국내 13.5%, 입국자 34.2%)를 분석했다. 검출률은 14.8%로, 10명 중 1명꼴로 변이가 검출되고 있다. 4월 첫 주 검출률(7.2%)에 비하면 두배로 뛰었다. 당국은 “주차별로 변동 폭은 있지만 5~15% 범위에서 주요 변이가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확진자 63.8% 영국 변이 "우세종 될 가능성"



특히 최근 울산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울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4월 한 달간 확진자는 772명 나왔는데, 지난해 전체 확진자(716명)보다 많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국이 최근 6주간 울산 지역의 확진자 80명을 분석한 결과 51명에서 영국 변이가 확인돼 변이 검출률이 63.8%를 기록했다. 확진자 10명 가운데 6명은 변이 감염자라는 얘기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거의 절대 다수가 영국 변이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더 우려스러운건 울산의 변이 확산은 해외 유입 사례와 관련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점이다. 여태익 울산광역시 시민건강과장은 “지난 2월 지역에서 변이 바이러스 검출이 처음 확인된 ‘부산 장례식장-울산 골프연습장’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0시 기준 국내 집단발병 사례 중 변이 감염이 확인된 경우는 총 50건인데, 이 가운데 울산지역 사례가 11건이다. 박영준 팀장은 “숨은 감염자나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가 누적되면서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면서 역학조사와 밀접접촉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울산 지역서 영국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 박영준 팀장은 “양성률이 타지역보다 높지만 더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 조치를 강화해 후속조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박 팀장은 “세계적으로 이미 영국발 변이는 상당한 우세종화 돼 있다.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 50% 이상 영국발 변이가 확인되고 있고, 일본도 변이율이 높은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억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는데, 전파가 빠른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는건 당연한 현상이다. 이미 영국, 유럽 영국 변이가, 인도는 인도 변이가, 브라질은 브라질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라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그나마 잘 막아온 편이지만, 울산을 시작으로 영국 변이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인도 첸나이국제공항을 출발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인도 교민이 입국장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아공 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 떨어트려"



변이가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백신 접종자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브라질과 칠레발(發)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도 1년간 우세종이 계속 바뀌고 있다. 영국 변이는 그나마 현재 접종하는 백신에 큰 문제가 없지만, 남아공 변이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효과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알려져 매우 걱정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더라도 결국 기존에 하던 방역을 철저히 하고 백신 접종을 집중적으로 하는게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자마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 접종을 빠르게 하더라도 결국 거리구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 울산 지역에 대해 ▶해외입국자 관리 ▶바이러스 감시 ▶접촉자 관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강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준 팀장은 “밀접접촉자가 아니라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한다”며 “노출 수준이 낮은 일상접촉자는 (격리) 14일 지나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PCR(유전자 증폭) 검사로 음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5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콜센터ㆍ택배업ㆍ목욕업ㆍ유흥업소 등 일반 시민들과 접촉이 빈번한 감염 취약 시설 종사자에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인도 입국자 7일 시설격리



한편 당국은 이날부터 인도발 입국자에 대해 임시생활시설에서 7일간 격리하며 입국 1, 6일 차에 2차례 PCR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자에 대해서만 자가격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원 단장은 “현재 인도에서 매일 40만 명 정도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는 이것도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판단한다”며 “(인도발 입국자에서)양성률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시설격리를 하는 쪽이 적극적인 대처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시설격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감염자 가운데 38%가량이 변이 감염자란 사실도 이유가 됐다.

황수연ㆍ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