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구호용 자국민 선박 공격에도 침묵
지난달 30일 미얀마 쿠데타군의 공습을 피해 태국으로 피신하는 카렌 주민들의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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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미얀마 접경지대에서 쿠데타 군부의 후방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 무대에선 쿠데타 군부와 짐짓 거리를 두는 모습을 취하지만 현장에서는 직·간접적으로 군사작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4일 현지매체 미얀마나우는 양국 국경지대 소식통과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태국의 군부 지원 정황을 제기했다. 이들에 따르면 태국 국경수비대는 3월 23일 미얀마 군인 5명을 몰래 입국시킨 뒤 자국 영토인 매흥손 지역에서 쌀과 기름, 말린 음식과 술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국경수비대는 미얀마 군인 일행을 보호하고 동행하는 장면을 매흥손 주민들이 목격하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제지했다고 한다. 쿠데타 군은 두 달째 이어지는 카렌민족해방군(KNLA)의 기습 공격으로 식량 보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은 군부의 만행을 눈감아주는 방법으로 그들의 활동 범위를 넓혀 줬다고 한다. 지난달 17일 쿠데타 군은 양국 국경선 역할을 하는 살윈강을 가로지르던 태국인 소유 민간인 선박을 향해 실탄을 난사했다. 해당 선박에는 카렌족 난민을 위한 긴급 구호 물자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국경수비대는 자국민 자산에 대한 피격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으며 다량의 총탄이 강 너머 태국 영토에 박힌 이후에도 항의하지 않았다. 정상적이라면 외교 갈등은 물론 무력 충돌로도 이어질 상황이 유야무야됐다는 얘기다.
국경수비대는 매흥손 지역으로 몰리는 카렌족 난민의 실상을 취재하려는 언론인의 활동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난민 구호단체의 현지 활동을 허락하지 않던 태국은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해 뒤늦게 중상자 치료 활동을 허가한 바 있다. 난민 수용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주에만 카렌족 난민 3,000여 명이 태국을 향했지만 국경수비대는 대다수의 난민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개의 난민촌을 지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미얀마인들을 돕겠다"고 밝혔던 태국 당국은 이날까지도 난민 수용 원칙과 군부 지원 의혹 등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소속 군인들이 도열해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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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쿠데타 군 지원이 사실일 경우 소수민족 반군이 승기를 잡기 시작한 국경지대 전투는 오리무중으로 빠질 수 있다. '보급로 차단을 통한 고립'이라는 반군의 핵심 전략이 태국의 존재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인도차이나의 맹주로 군림 중인 태국이 군부를 위해 비공식 외교지원까지 벌인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가뜩이나 독재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내부에서 은근히 군부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태국이 커튼 뒤에서 본격적으로 군부에 힘을 실어줄 경우 국경지대 전투는 물론 아세안 외교 교섭도 장기전으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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