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은 모두 21곳이다. 이는 전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외부감사 대상 비상장법인 중 한국회계기준원의 권고에 따라 회사가 보유한 암호화폐 금액을 공시한 기업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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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원은 회사가 암호화폐 금액 규모가 재무구조상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내용을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공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회사가 스스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암호화폐 거래소이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8곳을 차지했다. 정보기술(IT) 업종과 광고 업종은 각각 4곳으로 뒤를 이었다. 스타트업을 투자·컨설팅하는 기업이 2곳, 게임·금융서비스·식음료 기업이 각각 1곳에 해당했다.
회사별로 자산 평가 방식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공시된 암호화폐 보유 금액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였다. 두나무는 비트코인(299억1626만원), 이더리움(1억5916만원), 테더(49억7253만원) 등 종목을 총 462억120만원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고객 위탁 자산을 제외한 자체 보유 금액만 고려한 수치다.
두나무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를 직접 운영하는 곳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빗썸코리아, 코인원, 엑시아, 코빗이 각각 231억1899만원, 138억9429만원, 55억1070만원, 27억2756만원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암호화폐가 많은 기업은 카카오(035720)다. 카카오는 비상장 암호화폐를 231억9800만원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투자 목적인지, 사업 목적으로 발행한 암호화폐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상장 암호화폐가 어떤 종목인지, 어떤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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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카카오 계열사가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자·컨설팅업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176억7966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블록체인 전문업체 그라운드엑스는 47억1074만원을 보유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암호화폐를 처분해 3억9400만원의 수익을 낸 사실을 함께 공시했다.
한국 2호 유니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옐로모바일 계열사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광고 업체인 식스 네트워크(15억2024만원), 애드쿠아인터렉티브(5337만원), 마더브레인(922만원), 그룹아이디디(324만원) 등이 암호화폐 보유 기업이었다.
암호화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업종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들인 경우도 있다. 한식 음식점 업체 식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작년 한 해 회사 매출액(21억8918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식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각각 8억8838만원, 1억7842만원 보유 중이다.
기업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레뷰코퍼레이션은 5000만원에 암호화폐를 사들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는 646만8000원에 머물렀다. 레뷰코퍼레이션은 옐로마케팅의 자회사인 모바일 광고업체 퓨쳐스트림네트웍스(214270)가 발행한 암호화폐 ‘식스’(SIX)에 투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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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외에는 이미 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2월 처음으로 비트코인 15조달러(한화 약 1조67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올해 1분기에는 실적 발표를 통해 비트코인 일부를 팔아 1억100만달러(약 1123억원)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에는 넥슨의 일본 법인이 비트코인 1억달러(약 1130억원)어치를 매수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미국 소프트웨어(SW)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10억달러(약 1조1076억원) 규모 비트코인을 매수했고, 모바일 결제 기업 스퀘어도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규모는 1억7000만달러(약 1892억9500만원) 수준이다.
김소희 기자(relation@chosunbiz.com);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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