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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5명이 200만원씩 모으면 'OO코인' 탄생한다는데…아무나 하는 가상화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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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포털사이트 검색하면 발행 대행업체 쉽게 찾아…전문성·구체성 없어도 가능

거래소 제작·홍보대행 연결…자전거래 담당 가능성 높아

4대 거래소 가상화폐도 불안…백서 조사하고 규제 갖춰야

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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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가상화폐 발행하고 싶은데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가상화폐 발행 대행업체에 발행과 상장을 문의하자 10분도 채 되지 않아 답이 돌아왔다. "가상화폐 발행부터 상장용 백서, 홈페이지까지 묶어서 비용 1000만원, 기간은 2주일"이라며 가격과 소요기간을 간단히 제시했다. 전문성과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하자 혹할만한 아이디어와 개발자 명단에 들어갈 8명의 사진만 주면 알아서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계속 뜸들이자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도 자신이 만들었다며 연신 믿고 맡기라고 했다.


29일 아시아경제가 가상화폐 제작을 시도해본 결과 가상화폐에 대한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어도 대행업체를 통한다면 만드는 것은 간단했다. 가상화폐 발행 대행업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뿐만 아니라 구글에서도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에서도 광고 형태로 가상화폐 발행 대행업체 사이트가 줄지어 나타났다.


1000만원이면 가상화폐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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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상장에 필요한 백서와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대략 1000만~2000만원이었다. 5명이서 200만원씩만 내면 가상화폐 발행부터 상장 준비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의뢰할 때 전문적 내용은 전혀 필요 없었으며 대략적인 아이디어만 달라고 했다.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만들고 싶다고 둘러대자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전문적 지식이 담겨야 할 백서에 혁신, 블록체인 등 그럴 듯한 내용을 담으면 상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아예 거래소 상장까지 대신해주는 데도 있었다. 상장 대가로 거래소에 내야 하는 비용 ‘상장피(수수료)’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소형 거래소는 2000만원, 중형 거래소는 1억원으로 가격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상장엔 상장피가 따로 없으나 소형 및 중형 거래소에서 인기를 끈다면 4대 거래소 상장도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5000만원이면 거래소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조차 의뢰만 한다면 제작이 가능했다. 가격에 따라 품질 차이는 나지만 5000만~2억원 사이에서 거래소를 제작해준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를 운영하고 개선하기 위한 개발자가 필요한지 질문하자 대행업체 측은 "개발자 고용엔 돈이 많이 들어가니 24시간 서버를 운영할 관리자 2명, 보조인원 2명만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


소형 거래소의 매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하진 않았지만 운영에 성공한 거래소로부터 사례금 1억원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거래소 운영에 성공하려면 홍보가 필요하다며 홍보대행업체를 소개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유명세를 타기 위해선 많은 거래량이 필요하다"며 "홍보대행업체에서 자전거래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래란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동일 투자자가 매수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실질적 처방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국내 4대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라고 대행업체를 거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나서서 국내 4대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의 백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장기적으론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방문판매법 등 기존 규제 안에 가상화폐 시장을 편입시켜 사후적 조치와 규제 형평성을 갖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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