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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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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대란 3년…택배사도 주민도 포기했다" 다산신도시 가보니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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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6일 경기도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전경.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진입이 금지돼 한 택배기사가 손수레로 택배를 나르고 있다.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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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걸 해결하려고 안 해요. 포기했어요."

26일 오전 경기 다산신도시 A아파트 지상에서 만난 택배기사 목소리에는 체념이 가득했다. 기자와의 대화도 처음엔 꺼려했다. 시간에 쫓겨서다. 이날 하루만 이 단지에서 날라야 할 택배 물량이 300개 가까이 된다고 했다.

빠른 보폭으로 걷는 그를 따라가봤다. 얼마 안 가 숨이 찼다. 한꺼번에 배송할 택배가 5개가 넘어 손수레를 끌고 가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조그마한 손수레다보니 야트막한 둔턱에도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가 났다.

택배차를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 세우면 좀 더 빠르게 편하게 배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곳 아파트는 '공원형 아파트'다. 입주민의 안전을 이유로 택배차는 '지상주차 금지'를 시킨데 중 한 곳이다. 이 단지에서는 현재 서울 강동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택배대란과 동일한 갈등이 3년째 벌어지고 있다. 강동구 아파트에서 택배대란이 시작된 이유도 진행 방식도 또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A아파트를 비롯한 다산신도시의 사정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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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도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전경.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진입이 금지돼 한 택배기사가 거점 장소에 둘 택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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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세대 넘지만 거점장소는 딱 2곳...여전히 힘들어"


50여개 단지가 있는 다산 신도시 내 아파트단지 중 택배차의 지상 진입을 하지 못하게 한 곳은 이날 기자가 확인한 곳만 5곳이 넘는다. 대부분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다. 하지만 택배차가 아이들의 안전 등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입주인들의 반대에 부딪힌 후 택배기사들은 거점지역에서 수레 등으로 짐을 옮기고 있다.

차 높이를 낮춘 '저상차'로는 지하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일반 택배차보다 크기가 작아 차 안에서 수시로 짐정리를 해야하는 택배기사 입장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택배기사 B씨는 "3년전 '택배 대란'을 겪으며 (택배를 내릴) 거점 장소를 지상에 마련해 놓긴 했다"며 "하지만 1000세대가 넘는데 단 2곳 뿐이라 결국 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B씨가 거점 장소에서 택배를 집 앞까지 배송해야하는 거리는 가까우면 50m, 멀면 200m라고 한다. 그가 이 아파트 단지에서 하루 배송해야 할 물량은 250개 정도다.

또 다른 택배기사 C씨는 "그나마 비가 오면 아파트 앞까지 차를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며 "하지만 당초 도입하려했던 실버택배 등이 무산된 후 택배사나 아파트, 정부 등 그 누구도 택배기사들이 겪는 고충을 해결하려고 안한다. 이젠 포기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에서 A아파트와 비슷한 택배 갈등을 겪는 곳은 현재 400여군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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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도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전경.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진입이 금지된 후 아파트 내 마련한 택배집하 장소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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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 주민 낙인 찍히는데 딱 이틀 걸려...해결시도 많이 해"


A 아파트 주민들이라고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게 아니다.

지난 2018년 3월 A아파트에서는 화물 차량 후진으로 인해 단지에서 한 아이가 차에 치일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와 입주자대표위원회는 회의 끝에 단지 내 차량 진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절차대로 택배사들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에 배송을 즉각 거부한 택배사가 나왔다. 일부 택배사에선 곧장 손수레를 이용해 상품을 배송해줬다. 택배사마다, 택배기사마다 대응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 중재로 실버택배 도입을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실버택배란 아파트 단지나 인근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의 노인을 활용하는 택배 서비스를 말한다. 택배 회사는 아파트 입구의 실버택배 거점까지 물품을 배송하고, 아파트 내에서는 실버택배 요원이 주택까지 방문 배송하는 식이다.

일단락되는듯 했던 갈등은 청와대 국민청원이 변수로 작용하며 또 다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시장형 사업인 실버택배에 정부 보조금이 일부 투입된다는 점이 알려지자 20만명 이상이 반대 서명을 한 것. 입주민 외 외부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흘러버린 셈이다.

또 전국에서 택배대란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갑질 아파트로 언급되는 것도 억울한 대목이다. 강동구 아파트 택배 갈등 때도 마찬가지였다. A아파트 한 입주민은 "몇 년간 잠잠했는 최근에 입주민 안전만을 내세운 아파트로 우리 아파트가 또 여기저기 거론된다"며 "강동구 택배대란 뉴스 나오고 '갑질 아파트'로 낙인 찍히는데 딱 이틀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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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도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전경.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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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주초기부터 아파트와 택배기사 간 자율협의로 상생


택배업계에서는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 도입된 실버택배 사례를 공원형 아파트에서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 좋은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파트 입주 초기부터 아파트 측과 해당 지역 택배기사 간 자율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 붙는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인천 미추홀구의 아파트는 2016년 입주 전부터 택배사 쪽에 저상 차량만 주차장 이용이 가능하고, 지상으로의 배송은 불가능하다는 정책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주 후 한참이 지난 강동구 아파트 사례와 달리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는) 처음부터 저상 차량을 구입한 택배 기사들만 지역 배송을 지원하거나 실버택배비도 자연스럽게 정부보조금과 택배사에서 부담하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돼 실버택배가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 따르면 현재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로젠택배, 우체국택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실버택배를 담당하는 어르신들께 드리는 금액은 배송건당 660원이다. 센터 관계자는 "실버택배 기사님들에게 드리는 임금은 정부보조금과 택배사가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다"며 "택배 기사님이나 택배사들이 직접 손해를 보며 진행하는 것은 아니어서 아파트 입주민과 더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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