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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삼성 일가 상속세 12조…최고세율 50%, 다시 세금폭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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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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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가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과 관련해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낸다고 발표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다. 이 회장이 세계 최고 부자가 아닌데도 상속세가 많은 건 한국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다. 상속세제 개편 논란이 다시 불붙은 이유다.

상속세 대부분은 고 이 회장이 남긴 계열사 주식(18조9633억원)에 대해서다. 최대주주 할증률(20%), 최고 상속세율(50%), 자진 신고 공제율(3%)을 차례로 적용한 상속세가 11조400억원이다. 나머지 상속세 1조원가량은 부동산 등에 매겼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최고 상속세율 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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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사를 하고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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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곳의 상속세 평균은 26%다. 최고세율만 보면 일본(55%)에 이어 한국(50%)이 2위다. 프랑스(45%)ㆍ미국(40%)ㆍ독일(30%)ㆍ영국(20%)보다 높다. 호주ㆍ스웨덴ㆍ노르웨이 등 회원국 13곳은 상속세를 없앴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의 경우 상속세 부담을 못 이긴 이케아가 해외 이전을 추진하자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업 상속 시 최대주주 보유 주식을 할증 평가해 최대 60%까지 징벌적인 상속세율을 적용받는다”며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고 기업가 정신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자체의 부과 근거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미 소득세ㆍ법인세를 납부하고 난 뒤 사망하기까지 모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까지 부과한다면 ‘이중과세’란 측면에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한국은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도 올리는 추세라 세 부담이 늘고 있다”며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상속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를 마련하려다 위기에 빠지거나, 아예 가업 상속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세계 1위 손톱깎이 제조업체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지분 전량을 매각한 뒤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세계 1위 콘돔 업체 유니더스, 국내 1위 밀폐 용기 업체 락앤락도 각각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다 2017년 사모 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반론도 있다. 헌법 119조에서 ‘적정한 소득 분배 유지’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만큼 상속세를 부과해 부의 세습ㆍ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더구나 상속세 납부자가 전체 인구 대비 0.01% 수준에 불과하다. 각종 사유로 공제받는 경우도 많아 실효세율이 15% 안팎에 그친다는 이유도 든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장)는 “상속세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인원은 전체 상속인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빈부 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불로소득, 부의 대물림에 대한 상속세를 낮출 경우 계층 이동을 어렵게 해 오히려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자본이득세’ 도입이 거론된다. 가업 승계 시점에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지만,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할 때마다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양도차익이 발생했을 때만 과세해 조세 형평성을 지키는 취지에서다. 상속세를 없앤 국가 중 자본이득세로 대체한 경우가 많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상속세율 인하와 분납 기한 연장을, 장기적으로 자본이득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상속세 전반에 대한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다만 국민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상속세율을 인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상속세가 높다는 지적이 있지만, 현재 별도로 세율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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