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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가상화폐 거래 석달새 1500조…금융시장 시한폭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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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영끌·빚투 주식·부동산 이어 가상화폐로 옮겨가

2019년 연간 580조 수준에서 석달새 1500조로 급증

금융당국 관리 벗어난 시장 규제에 변동성만 커져

이주열 "가상화폐 투자자 대출 부실 가능성" 우려

이데일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시세들이 표시되어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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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회사원 A씨(31)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5000만원짜리 마이너스 대출 통장을 만들었다. 지인이 “무조건 사라, 오른다”고 장담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을 단타로 투자하고 있는데 장 시작과 마감이 없어 하루 종일 암호화폐 시세만 들여다보고 있다. 밤에도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매도 타이밍을 놓치진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회사 일에도 집중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가장 빠르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은 이 것 뿐이라는 확신이어서 포기할 생각은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 하에 풀려나간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시장에 이어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영끌’ 투자로 수백억원씩 벌어 조기 은퇴했다는 소위 ‘파이어족’ 소식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투자가 유행처럼 확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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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금액 추이. (자료=성일종 국민의힘 위원실, 금융위/ 단위=조원)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만 석달새 1500조 거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에 올해 1분기에만 1500조 규모의 돈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월별 가상화폐 거래금액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연간 576조8892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57조3449억원으로 줄면서 코인 광풍이 가라앉나 싶었지만, 올들어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들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 간 거래금액이 총 1486조2770억원에 달한다.

이 금액 마저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출 자료에 의존한 데이터여서 투자 금액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원실의 요청으로 거래소들의 협조를 구해 자료를 전달했으나 그 이후 거래 금액 등을 잘못 전달했다고 뒤늦게 알려온 업체들도 있었고, 그래서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가상화폐 업체들이 거래소 등록을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조차 가상화폐 시장의 정확한 규모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같은 기간 투자 용도로 많이 쓰이는 신용대출도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의 ‘2021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의 3월말 기준 잔액은 26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영향으로 11월 7조4000억원에서 12월 4000억원으로 증가폭이 급감했다가 올해 1월 2조6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월 3000억원, 3월 8000억원으로 다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증시(유가증권,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월별 거래대금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월별 국내증시 개인 투자자 거래금액은 1월 619조2897억원, 2월 428조9949억원, 3월 421조875억원으로 줄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3월 26조1574억 원으로 지난 해 10월(21조311억 원)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42억964억원, 2월 32억3692억원에서 꾸준히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규제강화 소식에 비트코인 급락…한은 “대출 부실 가능성” 경고

문제는 가상화폐 투자 안전성을 담보해줄 곳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관리 없이 규제 방안만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지만 다 폐쇄가 될 수 있다. 9월 달 돼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다면 고스란히 빚투, 영끌로 가상화폐 투자자금을 마련한 개인들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당국의 규제 강화 소식이 가상화폐 가격은 급락세다. 23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8분께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1% 하락한 6009만6000원에 거래됐다.

이 시각 다른 거래소인 빗썸, 코인원에서는 6000만원대도 무너졌다.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10.3% 떨어져 5918만원에 거래됐다. 코인원에서도 12.7% 급락하며 5920만원을 기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가상화폐와 관련해 “내재 가치가 없고,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데 제약이 크다는 건은 팩트(사실)”라면서 “자산 가격 적정 수준 산정이 어려워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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