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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많이 나오는 화두는 가상화폐 관련 이야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최근 5년간 1만3124% 올랐으며, 가장 많이 회자되는 도지코인은 최근 5년간 17만6263% 급등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앞다퉈 주식에서 가상화폐로 투자하며 한국에서는 인기가 더욱 높아 '김치 프리미엄(해외 시세 대비 웃돈)'이라는 단어까지 생겼다. 변동성이 가상화폐의 단점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변동성이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계속 들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하고, 오피스 공유 업체 위워크 역시 테슬라에 이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고 있다. 결제 플랫폼 페이팔도 디지털 지갑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하며, 최근 나스닥에 직상장한 미국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화제의 정점을 찍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대기업이 비트코인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대기업들 덕분에 개인들 일상생활 깊숙이 비트코인 등이 거래된다면 곧 미국 부동산도 비트코인으로 손쉽게 매매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단순한 광풍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 미국으로 부동산을 투자하려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해외 부동산 매매 거래 시 비트코인 같은 결제수단이 필요해졌다. 아직은 먼 얘기겠지만 '비트코인으로 미국 부동산 매매가 된다면?'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비트코인으로 미국 부동산을 매매할 수 있을 때 장점을 살펴보자.
첫째, 증빙 서류의 안정성이다. 한국 투자자가 미국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 마음에 드는 부동산에 매입 의사를 표현할 때 주택구입의사(RPA·Residential Purchase Agreement)와 착수금(Down payment)을 증빙하는 서류로 영문 잔고 증명서(Bank Statement)를 함께 제출했다. 우리에게는 한국에 있는 시중은행이 익숙하지만 미국 매도자에게는 그렇지 않기에 처음 들어봤을 은행과 발급해준 잔고 증명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일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한국 아파트를 팔려고 할 때 그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돈이 해외에 있고 잔고 증명서를 보여준다면, 처음 들어보는 은행에서 발급한 잔고 증명서를 어떻게 믿을 수 있으며,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 부동산 매도자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투자하는 것에 대한 프로세스가 조금 더 복잡하고 해외에서 자금이 들어올 때 이슈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슷한 조건이라면 미국 내에서 투자하는 사람을 선호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결제를 통해 한국에서 발행하는 영문 잔고 증명서가 아닌 비트코인 잔고 증명서로 대체 가능하다면 미국 부동산 매도자에게는 해외 투자자의 제안을 더욱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둘째, 환헤지로 인한 리스크가 줄어든다. A씨는 샌프란시스코에 유학생 자녀를 위한 부동산 구입을 계획하다가 매매 계획 기간 중 환율이 급등해 포기했고 이후에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뛰어 구입을 포기했다. B씨는 LA 다운타운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했지만, 에스크로(Escrow) 기간 중 A씨와 마찬가지로 환율이 급등해 계약을 취소했던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면 환위험 없이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환율 변동성보다 비트코인 변동성이 더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에 발생하는 환율 변동성 변수와 비트코인 자체만의 가격 변동성을 놓고 볼 때 무엇이 더욱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셋째, 글로벌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쉽고 안전하게 송금할 수 있다면 각국 환율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각국 세금과 부동산 전망은 생각해야겠지만 고려할 요소가 줄어든다는 점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장밋빛 전망만 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 재무부에서는 돈 세탁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확인하겠다고 하고 각국 중앙은행에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아직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회의적이다. 이와 관련된 뉴스들이 나올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변동성 때문에 화폐 수단으로 인정하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한 단계씩 투기에서 투자로 변화하고 일상에서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한 결제수단이 된다면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는 꼭 비트코인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달러의 파워, 위안화의 파워, 제3화폐의 파워 싸움은 보이지 않게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비트코인과 그 외 가상화폐가 미국 부동산과 어떻게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낼지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이 궁금해진다.
[어태수(에릭 어) RE/MAX Mega Group 아시아담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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