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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부선'으로 쪼그라든 GTX-D에 실망한 김포·하남… 전문가들은 "아쉬워도 호재인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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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달 간 교통 호재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가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노선이 짧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에서 이 노선이 지나갈 곳으로 꼽았던 인천과 경기 김포·부천·하남 등에서는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선비즈

출처=연합뉴스



22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따르면, GTX-D는 김포 장기에서 부천종합운동장에 이르는 노선으로 건설될 전망이다. 부천에서 서울 강남, 하남으로 이어지는 경기도 건의안이 무산됐고, 인천시가 제안한 인천공항발 Y자 노선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동안 경기 일대 부동산 시장에서는 GTX-D가 김포 한강~인천 검단~부천~서울 남부~하남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감이 집값 상승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 부천 종합운동장 인근 등은 강남권 직통 출퇴근이 가능해질거란 예상에 매수세가 두드러지며 과열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GTX-D 기대감의 핵심인 ‘강남 접근성’이 빠지고 김포와 부천 지역만을 잇는 ‘김부선’으로 쪼그라들면서 이런 예상은 틀린 것이 됐다. 일대 주민 일부는 거센 반발을 표출하고 있기도 하. 특히 출근길 교통혼잡이 극심한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배신감이 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김포 장기동에 거주하는 조모(37)씨는 "GTX-D가 생기면 강남 직통이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부천까지 가서 7호선으로 환승하라는 노선이 나왔다"면서 "기존에 김포 골드라인으로 김포공항으로 가서 9호선을 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GTX-D 노선에서 제외됐지만, 대신 3호선 연장이 결정된 하남은 미묘한 분위기다. 하남 덕풍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남은 애초에 강남권과 가까운 입지라 (GTX-D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크게 지장은 없는 곳"이라면서 "하남시청역에서 오금역까지 빙빙 돌아가는 5호선 대신, 직통으로 가는 3호선이 뚫린다는 점이 오히려 호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직통 GTX-D’라는 교통 호재가 시세 상승을 부채질해 온 만큼, ‘김부선 GTX’에 대한 실망감이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김포 아파트값은 지난 1년간 28.77% 상승하며 고양에 이어 경기도 2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남도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22.63% 뛰었고, 부천과 인천 서구도 각각 18.06%와 14.09%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포 장기동 ‘초당마을래미안한강’ 전용면적 101㎡는 지난 3월 4일 6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김포골드라인 장기역 인근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4억49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일년 새 2억원 이상 시세가 뛴 것이다.

하남 덕풍동 ‘하남풍산아이파크5단지’ 전용 84㎡는 지난 3월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달(7억20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올랐고, 부천 오정동 ‘오정휴먼시아2단지’도 지난 1월 역대 최고가인 5억2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김포 운양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책이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실망 매물이 나오진 않았다"면서도 "반쪽짜리 노선이라도 신설되는 장기동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팔고 나가겠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대보다 짧아진 GTX-D가 인근 부동산 가격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거란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접근성이 당초 기대보다 떨어졌다는 한계가 있지만, 없는 것 보단 낫다"면서 "노선 규모가 작은 만큼 실제 개통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반대급부도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GTX-D가 환승선에 그쳤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다른 선택지가 생기는 만큼 교통량 분산 효과는 있을 것 같다"면서 "기대만큼 많이 오르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실망감으로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상현 기자(halfmoon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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