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판결 패소 예상 강창일 대사 초치 준비"

외무성, 1차와 같은 판결 예상해 항의 준비

"문 대통령 신년사가 판결에 영향줬을 것"

"적절" 환영하면서도 "낙관 안된다" 신중론

일본 정부가 21일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소송 판결을 앞두고 패소를 예상해 강창일 일본 주재 한국대사 초치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 1월과 이번 소송이 같은 사안임에도 정반대 판결이 나온 데 놀라는 한편,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 개선을 낙관할 수는 없다"며 표정관리에 나섰다.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소송의 피고인 일본 정부는 당초 '주권면제'(국가면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던 올 1월과 같은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의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남관표 당시 일본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불과 3개월 만에 같은 사안에 대해 내려지는 판결인 만큼, 외무성은 21일에도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으며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사무차관은 강 대사를 초치해 항의할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재판부인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이날 일본의 주권면제를 인정하며 원고 측 청구를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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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포스트' 바뀌는 한국"

일본 언론들은 이렇게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의 1월 신년사 발언을 들었다. 요미우리 신문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1월 나온 위안부 판결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2015년의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 인정한 것이 21일 판결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론 같은 사안에 대한 판결이 이 정도로 다르게 나오는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아사히 신문은 "한국 법조계에서는 '판사에 의해 판결이 크게 갈린다'는 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라고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한국에서는 일본 관련 재판의 경우 반일여론을 의식한 판결이 과거에도 종종 나왔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를 "골포스트(골대)를 움직인다"고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창일(가운데) 주일본한국대사가 지난 2월 12일 일본 외무성에서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전날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주권 면제에 관한) 일본 정부 입장을 근거로 한 것이라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반색했다. 이어 "한국 측의 전향적인 제안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총리관저의 한 간부는 "(악화하던 한일 관계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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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임기 중 관계 개선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일본 정부 내에선 "낙관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아사히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일본에 양보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고 전망했다. 거기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으로 한국 내 반일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한국 정부 내에서도 "문 대통령 임기 중 대일관계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신문에 "일한(한일) 관계가 더 마이너스 상태로 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이번 위안부 소송 판결에도 "엄중한 상황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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