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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오병상의 코멘터리]뒤집힌 위안부판결..한일관계도 바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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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관련 일본정부 손들어주는 판결 나와..지난 1월 판결과 정반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 한일관계개선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

중앙일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2021.4.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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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안부 관련 중요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는 21일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할 필요 없다..즉 일본정부에 손해배상 청구할 수 없다..일본정부 손을 들어준 겁니다. 이유는 ‘국가면제’입니다. 주권국가는 타국의 재판 대상이 아니다..는 국제법 이론입니다.

2.이번 판결이 주목되는 건 불과 석달전 똑같은 재판과 정반대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8일 같은 법원(서울중앙지법)의 다른 재판부(민사34부)는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이 낸 소송에서 ‘일본정부는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에도 ‘국가면제’가 논란이 되었는데..민사34부는 ‘위안부와 같은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해선 국가면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3.민사34부 판결은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18일 기자회견에서 ‘위안부판결에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정부는 위안부 합의(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가 양국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덧붙입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만들어진 2015합의가 ‘위안부문제 해결책’이라고 인정한 셈입니다. 일본정부가 ‘사죄와 반성의 마음’에서 정부예산을 기금으로 내놓고, 그 돈으로 화해치유재단을 만들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상하는 것..그리고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2015합의 내용입니다.

4.문재인은 지금까지 2015합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은 2017년 당선 직후 일본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이 정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범정부차원 ‘2015 합의안 재검토 TF’까지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2017년말 ‘대통령으로서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습니다.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해버렸습니다.

5.올해 들어 달라진 문재인의 발언은 ‘한일관계 정상화’메시지로 풀이됩니다.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봉쇄를 위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왔습니다. 양국관계회복의 결정적 걸림돌이 바로 위안부 문제입니다. 일본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2015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뒤집어버린데 대해 ‘더 이상 상대할 수 없다’는 극혐반응입니다.

6.문재인의 달라진 태도와 이번에 뒤집힌 판결이 어떤 인과관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그러나 우연의 일치라기엔 신기합니다.

사실..민사15부의 뒤집기 판결에 앞서 이런 변화를 예고한 결정이 3월29일 있었습니다. 지난 1월‘일본정부 배상’판결했던 민사34부 재판장이 2월 정기인사 때 바뀌었습니다. 새 재판장이 1월 판결 중 ‘소송비용은 일본정부가 내라’는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일본정부에 대한 ‘국가면제’를 다시 인정했습니다. 강제로 소송비용을 일본에 물릴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1월 판결이 무의미해졌습니다.

7.지난 1월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던 민사34부가 재판장이 바뀌자 ‘국가면제’를 인정하면서 판결취지가 뒤집어졌습니다. 이 결정이 뒤늦게 20일 중앙일보 보도로 알려지면서 다음날인 21일 민사15부에서 ‘국가면제’를 인정할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습니다. 예상대로 되었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한일관계 개선 압력이 높아졌고..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순해졌고..이어 2015합의를 인정하는 판결, 즉 일본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이어진 셈입니다.

8. 판결문에 따르면..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정부에 대한 ‘국가면제’는 국제법상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후처리 평화조약 등에서 국가간 총액정산이 관행이기 때문입니다. 외교적 협상으로 일괄타결되면 개개인에 대한 배상은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겁니다. 2015합의가 바로 국가간 협상입니다.

나치 치하에서 강제노역했던 이탈리안 페리니가 독일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전례에 해당됩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페리니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가면제’를 인정해 독일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9.물론 최종판결은 대법원에 달렸습니다. 그때까진 많은 세월이 걸릴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사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연초 회견에서 대통령이 곤혹스러워했던 판결은 이제 뒤집어졌습니다. 일본과의 외교협상에 새로운 모멘텀이 되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1.04.2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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