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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바이든 "中 버릇 고친다" 벼른 신기술···文은 "중국과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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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보아오(博鰲) 포럼 영상 메시지에서 “신기술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 선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ㆍ중ㆍ일의 경쟁력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작심한 신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을 협력 파트너로 강조한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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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2021년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 영상 메시지로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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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포럼 개막식에 보낸 메시지에서 “신기술과 혁신 거버넌스 협력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생산ㆍ공급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더욱 빨라지면서 기술 발전과 혁신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발전과 혁신의 대표적 지표는 특허이며, 특허 출원 5대국 중 한ㆍ중ㆍ일 3개국이 포함될 만큼 아시아는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를 선도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中 압박 거버넌스 다시 그리는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다자간 협력을 중심으로 위기를 이겨내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으며, 이는 원칙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미ㆍ중이 신기술 분야에서 첨예한 충돌을 빚고 있는 데다 한 달 뒤 문 대통령 방미 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하면 보다 정교한 메시지 조율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을 ‘법ㆍ규범을 교란하는 행위자’로 규정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수차례 대중 원칙으로 ‘힘의 우위’를 강조했다. 동맹국, 우방국들과 힘을 합쳐 글로벌 거버넌스의 규칙 자체를 다시 정하고, 중국이 이에 따르도록 압박하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핵심 산업과 연결돼 있는 지금의 글로벌 가치 사슬을 무력화하고, 미국 중심의 새 판을 짜는 게 핵심이다. 백악관이 지난 12일 삼성전자 등을 모아놓고 ‘반도체 CEO 서밋’을 개최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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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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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일은 “신기술 협력에 45억 달러”



미국의 의도는 지난 16일 미ㆍ일 정상회담 뒤 백악관이 내놓은 문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ㆍ일 간 경쟁력과 회복력(CoRe) 파트너십 팩트 시트’에선 신기술 분야 협력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디지털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5G와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을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은 25억 달러, 일본은 20억 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민감한 공급망 문제에서도 협력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국이 5월 말로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이런 신기술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영리 민간 포럼이라고는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격년으로 번갈아 참석할 정도로 중요성을 부여하는 보아오 포럼에서 문 대통령이 신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언급한 것은 방미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진핑은 “신냉전 반대” 美 저격



특히 올해 보아오 포럼에서 직접 기조연설에 나선 시 주석은 “신냉전과 이념 대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고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또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어떠한 지지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신장, 홍콩 등의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 데 대해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해왔다. 문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는 시 주석의 연설 뒤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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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보아오 포럼에서 화상연설하는 장면이 포럼 미디어 센터에 방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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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금 미ㆍ중은 단순한 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라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4차 산업 혁명의 주도권을, 새로운 국제질서와 경제질서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두고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전략 경쟁의 본질을 이해하고 한국이 새로운 외교환경에서 어떤 위치에 설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이도 저도 하지 않겠다거나 이것저것 다 하겠다는 식의 접근법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청국 중 美 동맹, 한국이 유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영상 메시지 등으로 고위급이 참여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브루나이, 칠레,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라오스, 싱가포르, 스리랑카,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말타, 몽골, 뉴질랜드 등(중국 외교부 발표 순서)이다. 대부분 비동맹 국가들로, 미국의 동맹국으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한국과 뉴질랜드가 초청된 데 대해 외교가에서는 중국 특유의 ‘틈새 벌리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과 호주가 코로나19 기원 조사 문제로 대립하고 미국은 호주를 지원하는 가운데 지난 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호주와 미국 언론들이 ‘파이브 아이즈’(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의 하나인 뉴질랜드가 중국을 헐뜯고 비방하는 합창을 함께 하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있다”는 취지의 전문가 기고를 게재했다. 미국이 동맹ㆍ우방과의 연합을 통한 대중 견제를 방침으로 정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동맹 중 한국, 우방 중 뉴질랜드를 ‘약한 고리’로 보고 공략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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