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종합인증 책임 떠안게 된 은행권
은행연합회 '참고자료' 이달 안 배포하지만
실명계좌 발급에 깐깐한 심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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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은행 입장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는 득보다 실이 큽니다. 자금세탁과 묶여버리면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많은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를 꺼리는 이유입니다."(A은행 고위 임원)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중 상당수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말 줄폐업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난립하고 있는 거래소들에 대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지 못하면서 거래소 종합인증 책임을 떠안게 된 은행권이 실명계좌 발급에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사모펀드 사태처럼 거래소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이 투자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자금세탁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달 안에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본적 프로세스와 평가요소들을 담은 참고자료를 은행권에 배포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작성을 위한 외부 컨설팅 용역이 현재 마무리 단계로 이달 안 배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를 결정한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서 배포하는 참고자료를 토대로 각자 상황에 맡는 세부적인 내부지침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게된다. 은행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을 반영해 금융당국에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각 은행이 개별적으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항목이라며 거절했다.
개정 특금법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24일까지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은행권에 맡긴 셈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손을 잡는데 난색을 보이는 데 있다. 현재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4개 대형 거래소만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있다. 나머지 100곳이 넘는 중소 거래소들은 9월 말까지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 가상화폐거래소 거래에 '깐깐' 심사 예고…보수적·소극적 반응
KB국민·우리은행 등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를 하고 있지 않은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위험 부담을 이유로 신규 진입에 꺼리고 있는 데다 이미 대형 거래소와 거래하고 있는 은행들 조차도 추가로 거래소를 늘리는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이미 거래를 하고 있는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도 까다로워진 내부 심사기준을 적용해 더 보수적으로 평가해 심사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입출금계좌 발급을 꺼리는 것은 사고시 책임 부담과 자금세탁 리스크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가상화폐 투자가 과열되자 정부가 이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방침까지 발표하는 등 경각심도 커졌다.
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입출금계좌를 발급했다가 금융사고가 터지면 은행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며 “경영진들이 줄줄이 엮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게 좋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여러곳이 실명계좌 발급 상담을 받았지만, 아직 승인을 내준 곳은 없다"며 "내부통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던 은행들이라 할 지라도 추가로 그 대상을 늘리는 것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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