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가상화폐 <上>
月 거래액도 역대 최대치
하루 거래금액 24조 돌파
시장 과열 조짐…불법행위 단속에만 초점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올 들어 3개월간 가상자산(가상화폐) 투자에 몰린 금액이 지난해 전체 거래금액의 4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시에서 비트코인, 알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두드러졌는데, 1분기에만 1500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액이 몰린 것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뒤늦게 칼을 빼들었지만 부실한 거래사업자 관리·불법 외화송금·투자사기 등 불법행위 단속에 치우친 모습이다.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열풍을 진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이 19일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거래금액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1486조27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투자액인 357조3449억원의 4.16배에 달하는 규모다.
매월 거래금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엔 292조1236억원, 2월 463조1547억원, 3월 730조9987억원 등으로 거래금액이 폭증하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14개 거래소의 하루 거래금액은 24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달 거래금액은 지난달을 상회할 전망이다.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지난해 11월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거래금액은 각각 45조8826억원, 94조943억원을 기록했다. 거래 횟수도 크게 늘었다. 1~3월간 가상화폐를 매도하거나 매수한 횟수는 18억8689만회로, 지난해 연간(15억6263만회)보다 2억회 늘었다.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가 주춤하자, 뒤늦게라도 자산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투자에 뛰어든 결과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불법행위 근절에만 집중돼 있다. 정부는 이날 다단계나 자금세탁, 투자사기 등 ‘가상자산 불법행위 집중 단속’을 추진하고 시장 동향을 추가로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주식시장보다 커질 정도로 가상화폐 투자금이 몰려 있고, 최악의 경우 금융시장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지만 금융상품이나 화폐로는 인정하지 않아 제도권 밖에 있다.
성 의원은 "가상화폐는 현재 법정화폐나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거래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