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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액이 주식시장보다 5조원가량 더 커졌을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자금세탁 등 관련 법이나 규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허점을 노려 일부 자금세탁을 거친 '블랙머니'가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해 가상자산 해외 송금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급을 모아 '가상자산 외환 송금'을 주제로 회의를 열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상 '가상자산 거래'는 해외 송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 거래 목적인데 다른 목적인 것처럼 속이고 해외 송금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업무 처리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은행권에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평소 거래가 없던 외국인 고객이 갑자기 연간 해외 송금 한도인 5만달러 송금을 요청하면 의심 거래로 보고 자금 출처와 송금 사유를 확인하라는 내용이 지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할 때도 의심 거래로 볼 수 있다. 구체적 지침이 마련되면 은행도 이어지는 고객 민원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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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거래 리스크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량은 폭증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기준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14개 거래소의 최근 24시간(하루) 거래대금은 216억3126만달러(약 24조1621억원)에 이른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3월 일평균 개인투자자 거래금액이 각각 9조4261억원, 9조7142억원이므로 이를 합치면 약 19조1000억원 수준이다. 가상자산 투자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 거래액보다 5조원 가까이 많은 셈이다. 비트코인 거래를 '그들만의 리그'라고 부르는 것도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화폐 거래 규모 급증은 관련 리스크도 키우고 있다. 우선 난립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안전성과 위험성 등을 평가하고 걸러낼 공식 기준조차 없어 민간기업인 은행이 개별 거래소에 관한 모든 검증 책임을 떠안고 있다.
지난달 25일 개정·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에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혼란에 빠진 은행들은 궁여지책으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공통 평가지침' 등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 용역까지 줬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이 가상화폐 소관 부처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여 적절한 대응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은 중국으로 뭉칫돈 송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골치를 앓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차익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서 비트코인을 저렴하게 사들여 가격이 비싼 우리나라에서 되파는 방식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 45분 기준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이 5만6000달러(약 6255만원)인 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745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 차이가 1200만원인데, 이를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은행은 일단 지난 9일부터 일선 창구에 '가상자산 관련 해외 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내려보냈다. 또 은행권은 일반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구체적 근거도 없이 송금을 막으면서 고객 민원 역시 급증해 은행 창구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일호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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