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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경제에 방점 ‘서울형 거리 두기’…방역 혼선·확진자 폭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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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 방향’ 발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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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업종별로 영업시간대를 달리해 유흥주점 등의 영업을 자정까지 허용하는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또 ‘신속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 업소 입장객 전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영업시간 연장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방역 위험을 최대한 막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검사법을 도입하며 섣불리 방역고삐를 풀어주면 방역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당국이 일률적인 영업금지·제한 위주의 거리 두기 체계를 유지한 사이 대유행의 위기가 수차례나 찾아왔고 4차 대유행 확산세가 문턱까지 치솟은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은 영업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영업 제한 달리하고
자가진단키트로 신속 검사
전문가들 “정확도 떨어져”

섣부른 완화에 우려 목소리
“확진, 1일 2000명 나올 수도”

서울시는 앞서 소상공인 단체로부터 유흥주점·단란주점은 자정까지, 홀덤펍·주점은 오후 11시까지, 식당·카페는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허용하는 ‘서울형 거리 두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오 시장은 “현장 의견을 수렴해보면 업종 특성에 따라 영업시간을 달리했을 때 대중교통에 한꺼번에 몰리는 걸 분산시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면 방역 위험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15~30분 만에 결과가 나오는 진단키트로 즉석에서 업소 입장객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면 전파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야간 이용자가 많은 노래연습장에 자가진단키트를 시범 도입해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가진단키트의 섣부른 도입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가진단키트에서 사용하는 신속항원검사법은 민감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할 확률)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비해 훨씬 낮다. 이날 서울대병원 김남중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승인된 에스디바이오센서사의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민감도는 PCR 검사의 17.5%에 불과하다. 의료진의 통제 없이 일반인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확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자가진단키트는 아직 한 건도 식약처의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TF 팀장은 “자가진단키트는 미국 등 (검사를 받기 위해) 10시간씩 차를 몰고 나가야 할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자가진단키트 도입은 대규모 집단전파 가능성이 있는 확진자를 놓칠 수 있어 위험하다. 거리 두기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부정확한 검사를 대량 확대해 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반복 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신속진단키트는 소량의 유전자를 증폭해 검사하는 PCR 검사법에 비해 바이러스가 1000~1만배가량 많아야 발견할 수 있는데, 바이러스 양이 적은 무증상 감염자는 반복해서 검사해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기호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반복 사용으로 정확도를 높인다는 주장은)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작은 물체를 육안으로 반복해서 보면 보일 거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방역조치를 완화하면 확진자 수가 폭증해 민생경제에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600~700명의 하루 확진자 중 30%가 서울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밤 12시까지 영업을 허용하면 환자 수가 2000명 가까이 늘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다중이용시설) 모두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거리 두기 등 높은 방역조치를 유지하는 게 그나마 경제적 손실을 적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창준·허남설·노도현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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