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21대 총선 참패…민주통합당은 '영끌'하고도 대선 패배
전문가 "보여주기식 통합 의미 없어…'가치 통합' 이뤄져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통합론'을 두고 "집어치우라"고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야권이 분열하면 대선에서의 승산이 작아진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론이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통합론을 비난하자 일각에서는 그리 성공률이 높지 않았던 야권 통합의 전례들에서 얻은 '반면교사'적 교훈이 배경에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지난해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참패를 들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이 한데 모여 총선을 두 달 앞둔 지난해 2월 출범했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의 중심축이었던 새누리당이 분열한 지 3년여 만에 이뤄진 통합이었다.
지난해 2월 17일 당시 중도·보수 세력을 통합해 출범한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공개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야심 차게 이뤄진 통합에도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그 비례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180석을 내주는 완패를 당했다.
비슷한 사례로 민주당·혁신과 통합·한국노총 및 진보 시민단체 등이 힘을 합쳐 2011년 12월에 출범한 민주통합당이 있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이듬해 4월 총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은 같은 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후보로 야권 단일화를 추진했다.
문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진통 끝에 단일화에 성공한 데 이어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연쇄 사퇴했다.
'영끌'에 가까운 야권 통합으로 '완벽한'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으나 민주통합당은 총선에 이어 또 한 번 패하고 말았다.
지난 2012년 12월 2일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문 후보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사퇴한 진보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권교체와 새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선'을 발표하고 나서 손을 잡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김 전 위원장의 조부인 가인 김병로 선생에게도 실패한 야권 통합의 역사가 있다.
군사정권이 정권 이양 약속을 어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자 야권 인사들은 1963년 민정당을 창당했고 김병로는 대표 최고위원을 맡았다.
민정당은 범야 단일 정당을 만들고자 신정당, 민우당과 함께 3당 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당을 만들었는데, 당시 당명이 '국민의당'이었다.
단일 후보 선출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은 끝에 윤보선이 민정당 후보로, 허정이 국민의당 후보로 등록해 야권은 분열의 길을 걸었다.
김병로 선생을 보좌하며 당시 이 과정을 지켜본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를 '집어치우라'고 한 것은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야권 통합의 드문 성공 사례로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힘을 합쳐 창당한 신민당이 1985년 2월 12대 총선에서 일으킨 돌풍이 꼽힌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반독재'라는 가치의 통합이 이뤄져 성공한 사례"라며 "단순히 보여주기식 양적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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