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융지주사가 설립하려는 인터넷은행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편익을 줄 지 불분명하다. 기존 인터넷은행은 물론 금융지주사 계열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앱과의 차별성도 없어 보인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금융 참여를 통한 금융 혁신’이라는 당초 인터넷은행 인허가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인터넷 플랫폼의 성공 공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불만을 해소시켜주면 된다. 시장 내 만연한 불편함이 제거된다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카카오톡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10년 3월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톡은 ‘공짜 문자’를 기치로 내세웠다. ‘문자 한 통에 20원’ 식의 종량제 통신 요금을 쓰던 소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카오톡을 쓰기 시작했다. 비싼 통신료에 대한 불만을 카카오톡이 덜어준 것이다. 반면 카카오톡 이후 수많은 모바일 메신저가 나왔지만 대부분 퇴출 수순을 밟았다. 기존 카카오톡과 비교해 그들만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
인터넷은행들이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 금융사들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인터넷은행 앱을 통해 해소했다.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도 송금이 가능해졌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면서 인터넷은행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한 것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소비자들이 은행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진짜 불편함이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ICT 혁신은 도외시한 채 인터넷은행이라는 잿밥에만 관심을 둔다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제 살 깎기’ 경쟁으로 필패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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