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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탄소중립 외친 반도체·디스플레이 ‘딜레마’…잘 팔릴수록 온실가스 배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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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시스템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호황
삼성·SK, 슈퍼사이클에 온실가스 배출 증가
디스플레이 업종도 온실가스 증가 고민
정부, 온실가스 추가 지정으로 배출량 더 늘 수도

조선비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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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호황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제품이 잘 팔릴수록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해 고민에 휩싸였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부상하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도 ‘탄소중립’을 외쳤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체해왔던 물질도 정부가 온실가스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면초가에 놓일 처지다.

◇ 삼성·SK, 온실가스 20% 증가…디스플레이도 고민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온실가스배출량(CO2-eq)은 1360만8258t으로, 전년(1114만3405t)보다 22.12% 증가했다. 2019년의 경우 전년과 비교해 3% 증가에 그쳤었지만, 2년 만에 온실가스배출량 증가 폭이 20%대로 급증했다. 2017~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었던 당시 삼성전자의 온실가스배출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씩 늘었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온실가스배출량도 468만8308t으로, 전년(377만9223t)보다 24.0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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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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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두 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온실가스배출량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돌아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의 가동률은 수년째 100%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36.6%, 20.2% 등 총 56.9%로, 2위 미국(28.6%)과 격차를 유지 중이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은 밝다. 장기호황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종이 호황일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온실가스배출량 증가세도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온실가스배출량이 688만5300t이었는데, 2017년(841만1674t)에서 2018년 1589만234t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279만6371t에서 2018년 371만9595t으로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힘입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 36.8%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과 치킨게임을 벌여왔던 액정표시장치(LCD)를 적기에 OLED로 전환한 덕이다.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85.8%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19년 온실가스배출량이 588만5000t으로 전년보다 12.11% 줄었지만,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량이 11.19% 감소한 여파다. 지난해 구미와 파주 등 국내 사업장이 99%, 중국공장이 100%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 온실가스 추가 지정 추진…"온실가스 배출 더 늘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종의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 수밖에 없는 요인은 또 있다. 공정 과정에서 활용 중인 물질이 온실가스로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온실가스로 포함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온실가스로 추가되면 통계에 반영되게 된다.

국내서 온실가스배출량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개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다. 국제적으로 온실가스에 포함된 삼불화질소(NF3)는 빠져 있다. 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활용되는데, 생산량이 늘고 기술 발전으로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사용량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 물질은 기존 공정에서 사용해왔던 물질의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고민하던 기업들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남상욱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국내서 NF3는 온실가스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관련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배출권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기존 활용해왔던 물질의 대체로 어느 정도 효과를 얻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올해까지 NF3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현황 조사를 진행하고 장기적으로 온실가스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로서 NF3를 대체할 수 있는 후보물질조차 없는 만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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