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제1466차 수요시위를 앞두고 반일행동 소속원이 보수단체와의 실랑이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2020.11.18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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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엔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동그라미 아래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문구가 쓰인 말뚝이 묶였다. 극우 성향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저지른 '말뚝 테러'였다.
스즈키는 같은해 9월 일본 가나가와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 추모비에 유사한 말뚝을 세워두고 이를 촬영해 블로그 등에 게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 '나눔의집'에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고 무릎 아래가 없는 형태의 작은 소녀상 모형 등을 소포로 보내기도 했다.
스즈키는 2013년 2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가 소환 통보를 보내자 답장으로 말뚝을 보냈고, 이후 8년 동안 19차례 우리 법원의 출석 요구를 무시해왔다.
그동안 스즈키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수 차례 공판기일을 열었으나 번번이 몇 분 만에 종료했다. 9일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를 비롯해 검찰, 통역인이 출석한 가운데 재판은 2분 만에 마무리됐다.
홍 부장판사는 "재판이 오랜 기간 공전되고 있어 재판부로서도 유감"이라며 "범죄인 인도 청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긴 하지만 기본적 사법공조요청에 관해서는 일본 정부도 응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법공조절차를 통해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즈키를 법정에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그가 한국에 직접 입국해 법정으로 걸어들어오는 것과 일본으로부터 범죄인 인도를 받는 것. 그나마 현실성 있는 후자의 경우, 검찰이 2018년 9월 일본에 스즈키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으나 지금껏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는 1~16명에 이르다가 2008년부터 해마다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수가 크게 늘어 2016년 49명→ 2017년 53명→ 2018년 49명→2019년 27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안별로 청구 사유와 처리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인도 결정을 외국의 재량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변동성도 크다. 스즈키 사건처럼 처리 기간이 오래 걸려도 우리 사법부는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협의를 시도하는 등의 방법을 제외하면 외국에 인도를 강제할 수 없다. 일본처럼 소환장을 전해주는 등 인도 외에 다른 사법공조는 해준다면 궐석재판도 진행할 수 없다.
문제는 스즈키의 불출석이 이어진다면 '재판시효'가 다해서 처벌의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시효는 공소제기 후 판결의 확정 없이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형사재판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라며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부터 2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통상 피고인 소환 및 회신자료 도착에 소요되는 기간이 10개월 내외인 점 등을 고려해 다음 재판기일을 2022년 3월 11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과연 재판시효가 다하기 전에 스즈키가 우리나라에서 재판을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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