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은 독재자" 이탈리아 총리 발언에 터키 "추잡한 논평"
EU 집행위원회와 터키 외무부가 공방을 벌인 데 이어 EU 회원국인 이탈리아와 터키가 또 설전을 주고받았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터키 외무부는 8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 대한 의전 무례와 관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몰아붙이자 앙카라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즉각 초치해 항의했다.
뒤이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별도 논평에서 "우리는 용납될 수 없는 드라기 총리의 인기영합주의적 발언과 추잡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논평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거듭 공격했다.
터키 여당인 정의개발당(AK) 대변인도 "드라기 총리의 발언은 터키-이탈리아 관계의 깊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앞서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터키가 EU의 행정 수반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의도적으로 홀대했다는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의에 "그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며, 폰데어라이엔이 겪은 수모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 측이 좌석 배치 의전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푸대접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회담 동영상을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나란히 상석에 앉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상석에서 떨어진 소파에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 보고 앉았다.
미셸 상임의장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먼저 착석한 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자신이 앉을 의자가 보이지 않자 한동안 선 채로 "에헴" 하며 오른손을 들어 불편한 모습을 보였지만, 별도 상석 의자는 마련되지 않았다.
EU 의전상 집행위원장과 상임의장은 같은 예우를 받는 게 원칙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성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EU와 갈등을 빚는 터키 측이 여성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의도적으로 모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터키는 지난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한 국제조약인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며 EU 등으로부터 여성 인권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6일(현지시간) EU-터키 정상회담장 모습. 중앙 오른쪽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왼쪽에 미셸 EU 상임의장이 자리 잡았고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맨 왼쪽)은 소파에 떨어져 앉아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마주 보고 앉은 이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이다. [타스 통신 게재 유튜브 동영상 캡처] |
cjyo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