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얀마 남부 꺼따웅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시위대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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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군부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으로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사망한 시민의 시신을 훼손하는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8일 미얀마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가족이 신원을 확인하거나 종교 의식을 치르기 전 군부가 시위대의 시신을 불에 태워 훼손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15세 소년 예 옛 나잉은 시위에 나간 지 하루 만에 뼛가루가 돼 가족에게 돌아왔다. 예 옛 나잉은 하루 기준 가장 많은 시민이 사망한 지난 지난달 27일 국군의 날에 군경의 총격으로 숨졌다. 그는 어머니에게 "반군부 시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진정한 무세(예 옛 나잉의 고향)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거리로 나섰다.
이날 등에 총을 맞은 예 옛 나잉은 땅에 쓰러졌다. 총알이 계속 빗발치면서 주변 사람들은 쓰러진 예 옛 나잉을 도울 수 없었다. 군경은 일어나려는 이들에게도 계속 총격을 가했고, 예 옛 나잉은 총알에 맞은 뒤 2시간여 동안 거리에 방치됐다고 그의 형이 증언했다.
예 옛 나잉의 가족들은 이튿날 아침 그의 시신이 아닌 그을린 뼛가루를 받았다. 군인들은 이 뼛가루가 예 옛 나잉이라고 했다. 유가족의 동의 없이 군인들이 예 옛 나잉의 시신을 가져가 시립묘지에서 화장한 것이다. 예 옛 나잉 가족들이 믿고 있는 이슬람교가 시신 화장을 금지하고 있지만, 군부는 종교적 신념과 상관 없이 시신을 처리했다.
미얀마 나우는 이 사건에 정통한 사회복지단체를 인용해 군부가 화장 전 예 옛 나잉 가족의 소재를 파악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 옛 나잉의 형은 "내 동생은 겨우 15살이다. 군부는 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적어도 시신만은 우리에게 돌려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시위대가 군부가 발포한 뒤 남은 탄약통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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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가족이 신원을 확인하기도 전에 군인들이 시체를 훼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군인들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거리에 남겨진 시민들의 시신을 가져가고 있으며, 대다수의 시신들이 훼손되거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미얀마 나우는 설명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미얀마 남부 샨주의 껄로와 아웅반에서는 최소 10구의 시신이 유가족 동의 없이 화장됐다. 지난달 19일 아웅반에서는 최소 11명이 군경에 의해 살해됐는데, 시신 6구가 껄로로 옮겨져 다음날 오전 4시쯤 마을 공동묘지에서 화장되는 모습이 목격됐다. 화장된 6구 시신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28일에도 껄로의 공동묘지에서 최소 3구의 시신이 화장됐다.
지난달 13일 만달레이에서 진행된 시위에 나갔다가 총에 맞아 숨진 묘 탄 쉐의 시신은 약 68km 떨어진 핀우린 군병원에서 발견됐다. 유가족들은 고위 군인의 친척들에게 간청한 후에야 시신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묘 탄 쉐의 유가족은 "장례식을 작게라도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우리는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했으며, 장례식에는 무장 군인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군경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쓰러진 후 불에 타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지난달 27일 불을 끄려던 40세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았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불이 붙은 타이어 더미 위에 남겨졌고, 결국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다.
한편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후 600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미얀마 나우는 이날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와 자체 확인한 사망자 현황을 취합한 결과 60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1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재선거를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이 비상사태 해제 뒤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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