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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구글·테슬라도 삼성전자에 칩 설계·생산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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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칩 설계 특화된 ‘커스텀SoC’ 조직 강화
IT 기업 자체 칩 개발 움직임에 설계~생산 지원
설계 기반 없이 생산만 하는 TSMC와 차별성 강조
구글·테슬라와 협력…자율주행차용 반도체 개발

조선비즈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바일 AP 엑시노스 2100는 CPU와 GPU, 모뎀칩을 모두 넣은 통합칩(SoC) 형태로 제작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SoC 개발로 얻은 설계 노하우를 자체 칩 생산을 희망하는 IT 기업에 지원하고,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하는 사업 전략에 최근 몰두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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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고객사 맞춤형 통합칩(커스텀SoC) 전담 조직을 키워, 반도체 설계 지원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해당 조직의 사업 분야는 기존 주문형반도체(ASIC) 사업과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커스텀SoC는 삼성전자가 직접 반도체 설계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최근 클라우드·고성능컴퓨팅(HPC) 분야 수요 증가로 데이터 처리 등에 최적화된 자체 반도체를 만들려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설계 능력이 부족해 초기 설계 자원을 외부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커스텀SoC 사업을 통해 이 기업들의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고, 개발된 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만들어 수주량을 확보하는 시너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책임지는 올인원(All-In-One) 서비스를 지향하는 것이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 안에 커스텀SoC팀을 만들고,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파운드리ASIC팀을 맡았던 박진표 상무와 그의 팀원들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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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 전경.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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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상무급이었던 커스텀SoC 사업팀장을 전무급으로 올리고, DS부문 직속 부품플랫폼사업팀의 이태원 전무를 팀장으로 선임했다. 이 전무는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퀄컴 출신으로 퀄컴코리아 사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설계를 맡았던 김성우, 선경일 상무도 커스텀SoC팀에 합류, 담당임원만 5명인 작지 않은 조직이 됐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에 각각 있었던 설계 지원팀은 모두 시스템LSI로 통합돼 일원화됐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커스텀SoC에 힘을 싣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사업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네트워크에서 오고 가는 데이터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서버 등을 운영하는 구글, 아마존과 같은 대형 IT 기업들이 서비스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 기술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만들려 하고 있다. 전 세계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에 대한 의존을 낮추려는 의도 역시 갖고 있다.

애플은 가장 먼저 움직인 기업으로 꼽힌다. 아이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A 시리즈를 2000년대 중반부터 직접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폰12에 적용된 A14 바이오닉의 경우 이 분야 선두에 서 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비교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아이폰 모뎀칩에 퀄컴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차기작부터는 모뎀칩도 자체개발한 것을 넣는다. 애플은 앞서 PC인 맥 시리즈에도 직접 개발한 M1칩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성공을 지켜본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도 자체칩 개발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도체 개발은 축적된 기술개발 노하우와 전문 인력, 대규모 투자 등이 선행돼야 한다. 대형 IT 기업들은 자금력은 충분하지만, 개발 노하우는 부족하다. 독자적인 개발은 당분간 어렵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바로 이점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모바일 및 자동차 AP,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개발하면서 쌓아온 반도체 설계 기술 노하우 등이 적지 않다. 애플 자체칩 A 프로세서 역시 삼성전자와의 협력으로 개발돼 이 분야 역량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애플 아이폰 1세대에 장착된 AP부터 4S에 들어간 A5 칩까지 애플과 삼성전자가 함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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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대만 팹16. /TS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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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의 강점은 시스템LSI와 메모리, 파운드리를 모두 갖췄다는 점에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의 절반쯤을 차지하고 있는 TSMC는 생산만 주력하는 ‘퓨어 파운드리’다. 삼성전자가 지금껏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의 수주를 따내기가 TSMC에 비해 어려웠던 건 ‘독립적이지 않다’는 부분으로, 팹리스의 설계 지식재산권(IP)이 유출될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설계 역량이 없거나 미진한 IT 기업들은 자체칩 개발에 따른 설계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구글, 아마존 등은 삼성과 사업분야가 겹치지도 않는다.

또 설계와 생산을 모두 삼성전자에 맡길 경우 IT 업체들은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중간 단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퓨어 파운드리라는 강점은 확실하지만, 커스텀SoC 솔루션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일 어떤 기업이 자체 칩을 개발하려 한다면 다른 전문 설계 기업에 설계와 제작 등을 맡긴 뒤에 그 결과물을 가지고 TSMC로 가 생산을 맡겨야 하는데, IT 기업 입장에서는 과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SoC 설계 지원은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인 메모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칩의 데이터 연산 능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들 데이터를 기록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이를 통합칩(SoC) 형태로 넣을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IT 업체 입장에서는 설계와 개발, 생산 등의 과정을 거칠 때 중간 과정이 많으면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칩 설계와 생산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이를 모두 한 그룹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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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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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삼성전자는 구글과 페이스북, 테슬라 등의 자체 칩 개발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글의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도 삼성전자에 자율주행차용 칩 개발을 맡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10조원을 투자해 평택캠퍼스 P2 공장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조성, 지난 1월 설비 반입을 마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2·3세대 5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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