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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민주당이 고발한 오세훈·박형준, 이재명 무죄 판결이 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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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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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보궐선거로 당선인이 정해지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당선무효형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엄포를 놨다. 과연 이 엄포대로 4·7 재보선 결과 당선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해 여당의 고소‧고발이 ‘당선무효형’으로 이어질까.



與 "거짓말" 고발…오세훈‧박형준 시장 ‘당선무효’까지 갈까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민주당과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로부터 선거기간 2009년 서초구 내곡동 배우자의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지정된 것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며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민주당은 선거 이틀 전인 지난 5일엔 2005년 내곡동 땅 측량에 입회한 뒤 생태탕집에서 식사를 했음에도 부인했다며 같은 혐의로 추가 고발하기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 당시 주소를 허위로 기재하고, 비거주용 건물에 전입신고를 한 점 등을 문제 삼아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측이 검찰에 고발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된 때 당선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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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취임식을 가진 박형준 부산시장. [사진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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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고소·고발, 허위사실공표 포함한 흑색선전 가장 많아



실제로 대검찰청의 통계에서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공표를 포함한 흑색선전 사범이 이번 선거 관련 고소·고발사건 중 59.8%로 가장 많았다. 대검은 8일 4·7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상대 정당 등에 의해 모두 99명에 대한 고소·고발 건이 검찰에 접수됐다고 이 같이 밝혔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대검 부장회의에서 “선거가 마무리된 만큼 각급 청에서는 선거 사건 등 주요 사건들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해당 선거일 후 6개월(선거일 후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까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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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 4명과 지방의원 17명을 뽑는 재·보궐 선거가 오늘(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치러진다. 왼쪽부터 서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부산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오종택 기자, [부산=연합뉴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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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아이러니, 이재명 판결서 ‘선거 중 허위사실 공표’ 엄격 해석



변수는 3가지다. 우선 선거 패배를 승복한 민주당이 고소‧고발이 취소될 가능성이다. 그러나 통상 선례에 비춰보면 낙선인에 대한 고소‧고발에 비해 당선인에 대한 고소‧고발이 취소될 가능성은 작다. 또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오 시장과 박 시장의 '생태탕''엘시티' 고발에 대해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두 시장이 재판에 넘겨진다 하더라도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에서 대법원이 '후보자의 허위사실 공표'를 엄격하게 해석해 당선무효형을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7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같은 해 10월 수원고법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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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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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TV토론서 방어적 부정확한 답변, 공표행위 아니다"



당시 재판부는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한 것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극적 회피·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이라며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부분적으로 틀리거나 여러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까지 공표행위로 보아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기 시작하면, 후보자 간 활발한 토론이 어려워져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해당 법리는 최근 법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근거 법리로 인용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구속기소된 전 목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표현의 자유가 이른바 ‘숨 쉴 공간’을 둘 수 있도록 그 제한 법령의 적용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한 ‘공안통’ 검찰 간부는 “‘입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것이 최근의 입법 및 판결 취지”라며 “TV 토론처럼 즉흥적인 상황 속에서 나온 허위 사실공표에 대한 처벌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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