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상급 인사인 EU 집행위원장…소파에서 실무자와 앉아
EU 의원 "매우 모욕적"…불크 전 집행위원장 "외교적 참사"
6일(현지시간) 터키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 두번째)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네번째)와 만난 자리에서 의자가 없어 서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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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의자가 없어 앉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터키 측이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방문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의자를 한 개만 제공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지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EU·터키 간 정상회담에서 터키 정부 관계자가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EU 측에 의자를 각각 한 개씩만 제공하면서 EU 측 의자에는 미셸 상임의장이 앉았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리에 앉지 못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의 지도부 중 최고위급 인사로서 미셸 상임의장과 함께 EU 조직내 에서 투 톱으로 대표되는 인사다. 이 둘 모두 타국의 정상과 같은 지위로 간주한다.
EU 측 의자가 하나밖에 없던 것을 확인한 후 의자에 먼저 않은 미셸 상임의장을 앞에 두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근처에 서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자신에게도 의자를 준비해달라는 의미로 "에헴"하며 손을 들어 보였지만 터키 측 관계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자리에 앉지 못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셸 상임의장에게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있는 소파로 가 터키 정부 실무자들과 함께 앉았다.
이에 EU 측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정상회담이 종료된 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대변인은 "타국을 방문할 때도 EU 집행위원장은 상임의장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며 "집행위원장 측은 오늘 벌어진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전했다. 대변인은 이어 "관계자들에게 정해진 의전 절차에 따라 집행위원장이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터키의 의전 조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EU 의회의 진보성향 정당의 모임 사회민주진보동맹을 이끄는 이락세 가르시아 페레즈 의원은 이날 트윗을 통해 "그들(터키)은 이스탄불협약(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을 방지하는 협약)을 탈퇴하더니 이제는 EU 집행위원장에게 의자 하나 주지 않았다"며 "아주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비올레타 불크 전 EU 집행위원장도 "외교적 참사"라며 터키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터키가 그리스로 이주하려는 중동발 난민들을 수용하는 대가로 EU가 터키 측에 지원금을 전달하는 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모임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의전 조치 논란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달 20일 터키가 이스탄불협약을 탈퇴한 것을 두고 "터키의 협약 탈퇴는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시도와 관련한 잘못된 신호"라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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