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수신 잔액 10조원 넘어
작년 제주은행 총수신 ‘2배’ 육박
카카오뱅크, 당기순이익 8.3배로
비대면 추세·무점포 저비용 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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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인터넷은행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금융지주사들도 독자적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뱅킹 플랫폼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는 것은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빠르게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7일 케이뱅크는 수신 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 제주은행 총수신(약 5조4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며, 전북은행 총수신(약 15조6000억원)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7년 4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지 4년 만에 지방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은행의 수신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케이뱅크 총수신 증가율은 2019년 말 2조2845억원에서 2020년 말 3조7453억원으로 63.9%를 기록했다. 최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3월 말 수신 잔액이 약 25조4000억원에 달해 전북은행은 물론 광주은행의 총수신(연말 23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의 고객이 되는 첫 단계가 입출금통장 개설이기 때문에 입출금을 비롯한 예·적금 등 수신 잔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은행의 이용고객 증가와 직결된다. 오는 7월에는 3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하며 인터넷은행 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지주사들도 독자적 인터넷은행 설립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일부 은행들은 재무적 투자자 수준에서 인터넷은행에 참여 중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2대 주주,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3대 주주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상당수 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설립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예정인 은행산업 경쟁도 평가가 끝나면 전반적인 은행산업·인가 정책을 들여다보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금융의 판도가 이처럼 ‘비대면 거래’ 중심으로 급격히 바뀐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꼽힌다. 지난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통한 이체·대출신청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5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6% 늘었다. 은행 창구, 입출금기기, 텔레뱅킹 등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 채널 중 인터넷뱅킹을 통한 입출금 자금이체 비중은 2017년 45.4%에서 2020년 65.8%로 높아졌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3배 급증하자 시중은행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들이 저비용 구조로 수익을 키우고 가격 경쟁력까지 가져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특별법은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주력자’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의 혁신금융 진입에 초점이 있었던 만큼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 혁신을 명분으로 지점 통폐합과 인원 구조조정 등이 가시화될 수 있다”며 “지금도 플랫폼을 구축해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을 따로 만들어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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